금종해 고등과학원장이 밝힌 수학 잘하는 비법이다. 그는 “고등학생들을 보면 기계적으로 문제집만 많이 푸는 데 그래선 실력이 늘지 않는다”면서 “문제를 머리 속에 담고 풀릴 때까지 이리 저리 해법을 생각해보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단 한 문제만 제대로 풀면 비슷한 유형의 문제는 다 맞힐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고등과학원 6대 원장으로 취임한 금 원장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수학자다. 대수기하학 분야에서 20년 넘도록 풀지 못했던 ‘유한표수체 위에서 정의된 K3 곡면의 유한대칭군 분류’ 문제를 풀어 이름을 높였다. 2007년 대한민국 국가석학으로 선정됐다.
그는 “하루 종일 머리 속으로 생각하고 있어야 갑자기 아이디어가 튀어나온다”며 “전문 수학자들도 계속 생각하는 것 말고는 왕도가 없다”고 했다. 다른 학문 분야와 다르게 수학자들이 소파에 드러 누워 있거나 의자에 멍하니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풀리지 않은 수학 문제를 놓고 온 정신을 빼앗긴 상태”라는 것.
다만 그 자신은 “집에서는 애들이 아빠는 항상 소파에 누워 멍하니 있다고 생각할까봐 오해를 피하기 위해 일부러 책상 앞에 앉아 있곤 한다”고 했다.
금 원장은 수학 계산을 잘 못하는 것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러시아의 천재적인 수학자들 중에서도 중·고등학교 다닐 때 수학 성적이 안 좋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는 “사실 수학자들은 계산하는 것을 싫어한다”면서 “대학 때 지도교수였던 분도 손으로 계산하는 것에 매우 서툴러 했다”고 말을 이었다. 단순 계산은 이제 컴퓨터가 다 해주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도 기계적인 문제 풀이보다는 스스로 문제 해결 방법을 찾아내는 데 수학 교육의 방점이 찍히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2월1일 “단순 계산을 도와주는 도구와 기술의 발전으로 교실에서의 수학 교육이 바뀌고 있다”면서 에스토니아와 싱가포르, 이스라엘의 사례를 소개했다.
에스토니아는 중·고등학교 수학 시간에 ‘애인을 만들기 위한 최선을 방안을 알고리즘으로 표현해보라’든가 ‘내가 취했는지 어떻게 판별할 수 있는가’와 같은 정답이 없는 질문을 던진다.
싱가포르는 같은 반 친구들에게 수학의 원리와 자기만의 독특한 풀이법을 설명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교육과정 도입을 검토중이다. 이스라엘은 태블릿을 이용해 문제 풀이를 시각화해 근본 원리를 깨우칠 수 있게 하는 교육법을 초등학교에 도입할 계획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세계은행(World Bank)에 따르면 학생들의 수학 실력이 좋을 수록 그 국가의 국내총생산(GDP)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각국 정부들이 수학 교육의 개선하기 위해 큰 관심을 쏟고 있다”고 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