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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민영화에 때아닌 '한국경제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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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효 증권부 기자) “우리금융지주 민영화와 관련한 기사가 유독 한국경제신문에 빨리 보도됩니다. 예금보험공사와 매각주관사 등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를 담당하시는 분들이 한국경제신문과 가깝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니 입조심들 해 주세요."

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를 담당하는 정부기관인 금융위원회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 사무국의 A과장은 최근 매각 담당자들을 불러 모아 이런 ‘엄포’를 놓았답니다. 매각 담당자들이란 우리금융지주 임직원은 물론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 우리금융지주 및 경남·광주은행 등 지방은행의 매각주관사인 JP모간 대우증권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매각주관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 관계자들을 말합니다.

평소 안부를 주고 받는 매각 관계자가 소주나 한 잔 하자며 만난 자리에서 이날 따라 우물쭈물 하길래 이유를 물었더니 ‘함구령이 내려졌다’고 실토하더군요.

공자위 사무국의 엄포가 이해 못할 일은 아닙니다. ‘조특법 때문에 지방銀 세금폭탄’, ‘우리F&I-대신증권, 우리파이낸셜-KB금융 우선협상대상자 유력’, ‘KB, 우투證 입찰 최고가..NH는 패키지 최고가’, ‘경남·광주銀 매각 D-1..BS·JB금융 기운듯’, ‘MBK 경남은행 인수자격 놓고 논란’ 등 우리투자증권 패키지와 지방은행 매각 당시 한국경제신문은 매각 결과는 물론 매각작업의 변곡점마다 주요 이슈들을 가장 먼저 보도했으니까요.

공자위 사무국이 ‘매각 담당자들이 한국경제신문 취재기자들과 유독 가까워서 정보가 새는 것 아니냐’ 의심을 할 법도 합니다. 정작 ‘함구령’을 받은 매각 담당자들이 입이 삐죽이 나와 있습니다. 한국경제신문 기사의 취재 소스를 추적하다 보면 대부분의 정보유출 통로는 금융당국 자신들인데 애먼 매각 담당자들을 ‘깬다는’ 겁니다.

누가 정보를 줬느냐를 떠나 ‘기사가 나오지 못하도록 하라’는 주문 자체가 타당한지 묻고 싶습니다.

우리금융지주는 막대한 혈세(공적자금)가 투입된 금융회사이며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는 10여년째 질질 끌어온 금융당국의 최대 과제이자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금융회사 인수·합병(M&A) 거래의 하나로 기록될 역사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만한 뉴스이니 언론으로서는 독자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밤낮 가리지 않고 취재 경쟁을 펼쳐야 하는 사안일 것입니다.

물론 기업 인수·합병(M&A) 작업이 진행될 때는 거래 자체를 깨뜨릴 수 있는 위험한 정보가 돌아다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루머’와 ‘팩트’의 구분 정도는 이를 구분하는 게 업인 언론에 맡겨도 되지 않을까요?

“가뜩이나 과잉규제로 금융회사들의 운신을 폭을 좁히는 금융감독당국이 언론의 취재경쟁도 규제하는 언론감독당국이 되고 싶은 모양”이란 매각 담당자의 비아냥이 소주잔을 넘기는 기자의 귀에 유독 선명하게 들려왔습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1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