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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처 중 가장 힘센 과(課)는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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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안전행정부의 안전관리본부 산하에 안전정책과가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 들어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이름을 바꾸면서 신설한 과입니다. 이름 그대로 안전 정책을 총괄하는 부서지요. ‘안전’을 강조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겁니다.

안전정책과에서 하는 업무를 볼까요. 최근 안전정책과는 청와대의 지시로 대포차·대포폰 개선방안을 수립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해 발생한 해병대 사설캠프 인명 사고부터 주유소 화재 사고까지 모두 안전정책과에서 대책을 수립했습니다. 지난해 여름 발생했던 식중독 사고 대책까지 마련했다고 하네요.

물론 크게 보면 안전 분야라고 할 수 있지만 사실 다른 부처에서 해야 하는 업무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식중독 사고만 하더라도 식품의약품안전처 소관이죠. 해병대 사설 캠프는 교육부와 여성가족부 소관 업무입니다. 그럼에도 안전정책과에서 이런 업무를 떠맡게 된 이유가 뭘까요?

안행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언론에서 사건·사고를 접하면 주로 유정복 안행부 장관에게 현황 파악을 지시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도 사고만 터지면 항상 안행부 간부들을 수시로 찾는다고 하네요. 특히 여러 부처가 얽힌 문제라면 청와대와 정부 고위 관계자 모두 항상 안행부만 바라본다고 합니다. 모든 사건·사고 관련 업무가 안전 정책을 총괄하는 안전정책과에 떨어지는 이유인 거죠.

이렇다 보니 안행부 내부에선 안전정책과가 정부 부처 중 가장 힘센 과가 아니냐는 웃지 못할 얘기까지 나옵니다. 하지만 15명의 안전정책과 직원들은 죽을 맛입니다. 어찌 보면 ‘다른 부서에서 하기 싫고’, ‘예산이 수반되지 않고’, ‘해결하기 어렵지만 정작 일한 티는 잘 나지 않는’ 업무만 맡는 셈이니까요.

대부분의 중앙 부처 공무원들의 업무가 고되다고 하지만 안전정책과 직원들의 업무 강도는 그 이상입니다. 부서 신설 이후 평일에는 항상 밤 11시 이후 퇴근에, 일요일도 매주 출근하고 있으니까요. 안전정책과 직원들은 요즘 조그만 사건·사고가 터지더라도 남의 일 같지가 않다고 합니다.

업무는 힘들지만 ‘정부 부처 중 가장 힘센 과’라는 자존심으로 버티고 있다고나 할까요. 그래도 이런 공무원들이 있으니 국민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5.01.31(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