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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주가 모바일 광고를 꺼리는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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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근호 IT과학부 기자) “모바일 광고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소비자가 광고를 싫어하는 것은 새삼 말 할 필요가 없다. 가뜩이나 조그만 스마트폰 화면에 뜨는 모바일 광고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도 저 말이 인터넷 업계에 떠도는 이유는 광고를 집행하는 광고주마저 모바일 광고에 돈을 쓰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이다.

김연우 닐슨코리아 온라인·모바일 측정본부 이사는 “모바일 광고는 계속해서 커지는데 광고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보면 모바일 광고는 별로 집행하고 싶지 않다는 응답이 높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유는 모바일 광고에 돈을 써도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간단히 “모바일 광고는 효과가 없다”고 말할 수도 없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숨겨져 있다. 김 이사는 “모바일 광고 효과를 측정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게 제일 큰 문제”라며 “어디에 어떤 식으로 광고를 낼지 결정하는 실무자들도 윗 사람들에게 모바일 광고로 인한 효과를 보여줄 방법이 없으니 광고 집행을 꺼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TV광고는 설문이나 면접을 통해 사람들이 광고를 기억하는지, 광고가 상품 구매에 영향을 미쳤는지 물어보는 방법으로 효과를 측정한다. 매일 매일 시청률이 나오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광고를 보았을지 추정하는 방법도 있다.

온라인 광고는 주로 사람들이 광고를 클릭한 결과를 토대로 효과를 측정한다. 그래서 클릭당 얼마하는 식으로 광고 단가가 결정된다.

반면 모바일은 ‘블랙박스’와 같다.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많이 쓴다는 것은 알지만 그것으로 어떤 사이트에 들어가고, 어떤 동영상을 보는지 알 방법이 없다. 예를 들어 지금으로선 스마트폰에서 티빙이나 쿡 같은 동영상 앱을 켜 드라마나 영화를 본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으로 무엇을 보는지 알 길이 없다는 얘기다. 갈수록 사람들이 TV 대신 모바일로 드라마를 보는 추세이기 때문에 업계 사람들은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보다 기술적으로 설명하면, PC의 경우 웹브라우저로 어떤 사이트에 접속했는지에 대한 정보가 ‘쿠키’라는 작은 텍스트 파일에 저장된다. 온라인 광고 업체는 이 쿠키를 통해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고, 광고가 해당 사이트로의 접속을 늘렸는지 추적한다.

하지만 모바일용 웹브라우저에서는 이 쿠키가 원활히 작동하지 않는다. 모바일 앱에는 아예 쿠키가 없다. 개인정보보호 정책이 강화되면서 아이폰 등에 ‘광고 추적 제한’ 기능이 추가되고 있는 것도 상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작은 화면 때문에 광고를 잘못 터치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모바일 광고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이다. 독일의 앱 마케팅 업체 트레이드몹이 2012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모바일 광고 클릭 중 무의한 클릭 비중이 4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온라인 광고업체 관계자는 “광고는 모바일에서 보지만 실제 상품 구매는 PC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 것도 모바일 광고 효과를 측정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모바일 광고가 실제 구매를 늘리는 데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식으로 잘못된 결론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모바일 광고 단가 역시 계속 떨어지고 있다. 세계 모바일 광고 시장 1위 업체인 구글은 지난해 4분기 클릭당 광고(온라인+모바일) 단가가 전년 동기 대비 11% 떨어졌다고 최근 발표했다. 2011년 4분기부터 9분기 연속 하락세다. 모바일 광고 단가 하락과 모바일 광고 비중 증가가 겹친 탓이다. 국내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곰TV를 서비스하는 그래텍의 곽정욱 대표는 “광고 단가가 너무 낮다 보니 모바일에선 동영상 구입 비용을 광고 수입으로 충당하기 힘들 정도”라며 “모바일이 기회라고 하지만 이런 문제로 회사 수익은 더욱 줄어들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모바일 광고 효과를 제대로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만 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말한다.

구글, 닐슨, 컴스코어 등 유수의 기업들이 이를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지만 아직 획기적인 방안은 등장하지 않고 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5.02.0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