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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꼭지의 경제적 가치는 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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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용석 경제부 기자) 수박 꼭지의 경제적 가치가 약 3500원 정도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꼭지 달린 수박이 꼭지 없는 수박보다 이만큼 비싸게 팔릴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수박 꼭지가 대체 무슨 역할을 하기에 이렇게 수박 값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까요?

유진채 충북대 농업경제학과 연구팀이 12일 성균관대에서 열린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 제출한 ‘수박 꼭지의 경제적 가치’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는 수박을 고를 때 신선도를 중요한 요인으로 고려합니다. 그런데 수박이 언제 수확됐는지 정확히 알기가 어렵죠. 수확 날짜가 적힌 스티커를 수박 표면에 붙인다면 이런 문제를 어느정도 해결할 수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선 이런 제도가 시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게다가 스티커를 붙인다고 해도 ‘스티커에 붙은 날짜를 믿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남을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박 꼭지는 소비자들이 수박의 신선도를 판별하는 지표가 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입니다.

수박 꼭지의 경제적 가치를 분석하기 위해 연구팀은 지난해 수박을 구입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 34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물론 ‘수박 꼭지의 가치가 얼마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식으로 묻지는 않았겠죠?

연구팀이 수행한 방법은 이렇습니다. 먼저 꼭지 유무, 꼭지의 형태, 수확시기(신선도), 당도, 크기, 가격이 다른 다양한 수박군을 표본으로 제시해 소비자의 구매 의사를 묻습니다. 이를 통해 소비자가 수박을 고를 때 고려하는 요인을 가려내고 각각의 요인이 수박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합니다.

연구팀은 수박 꼭지를 제대로 된 모양(T자형), 유통 과정에서 손상으로 인해 일부가 떨어져 나간 모양(I자형), 꼭지가 아예 없는 모양으로 구분해 소비자 설문을 분석한 결과, T자형의 가치는 3460원, I자형은 2905원이라고 추정했습니다. 이 연구 결과대로라면 제대로 꼭지가 달린 수박은 꼭지가 완전히 떨어져 나간 수박보다 약 3500원 정도 비싸더라도 소비자들이 충분히 구매할 의사를 갖고 있다는 말이 됩니다. 또 당도가 높고 수확 시기가 판매일로부터 가까울수록 소비자들의 구매 의사가 높아집니다.

물론 이 연구만으로 실제 소비자들이 수박 꼭지의 가치를 얼마로 생각하는지를 단정짓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수박 도매 시장에선 꼭지 달리 수박이 꼭지 없는 수박보다 더 비싸게 팔리는게 사실이라고 합니다. 수박 유통업체가 수박 재배농가로부터 수박을 사들일 때 꼭지 없는 수박은 꼭지 달린 수박 가격 대비 30% 정도만 지불하거나 아예 ‘비매품’ 처리를 하는게 관행이라는군요.

하지만 재배 농가는 수박을 수확하고 옮기는 과정에서 꼭지가 떨어져 나갈 때가 많은데다 꼭지가 떨어지지 않게 하려면 별도로 수고를 들여야 하기 때문에 ‘꼭지 관리’에 제대로 신경을 못쓸 때가 많다고 합니다. 이번 연구는 수박 꼭지를 유지하면 3500원 정도 더 비싸게 팔 수 있는 만큼 수박 재배 농가들이 꼭지 관리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실용적’ 제안을 담고 있습니다. /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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