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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남 기업인 수난시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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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박해영 기자) “차남들의 수난 시대군요.”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한 혐의로 기소된 LIG그룹 오너 일가의 항소심 선고가 내려진 11일 재계 관계자가 TV로 전해지는 속보를 보며 기자에게 던진 말입니다. 이날 구자원 LIG그룹 회장은 집행유예로 풀려난 반면 차남인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은 무죄였던 1심과 달리 CP 발행에 가담한 혐의가 일부 인정돼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에서 구속됐습니다.

독자 여러분 중에서도 이번 LIG 판결을 보면서 지난해 9월 SK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항소심 판결을 떠올린 분들이 있을 겁니다. 두 사람은 고 최종현 회장의 장남과 차남입니다. 당시에도 1심에서 무죄를 받았던 동생 최 수석부회장이 징역 3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전격적으로 법정 구속돼 SK 그룹이 충격에 빠졌지요. 이날 LIG 항소심 판결을 보면서 작년 SK 재판의 ‘데자뷰(기시감·이미 본 느낌)’가 든 것은 이 때문입니다.

이런 사정 탓에 LIG 관계자들은 이날 회장의 석방에도 불구하고 표정이 어두웠습니다. 장남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은 징역 8년에서 4년으로 형량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실형이 유지된 데다, 멀쩡하던 동생까지 구치소에 갇혔으니 실망이 컸습니다. 오너 일가가 사재 출연과 대출 등으로 투자자들의 피해액 전부를 갚았고, 그룹 핵심회사인 LIG손해보험 주식 보유분까지 매각을 추진하는 등 최선을 다했는데도 결과가 나쁘게 나왔다는 것입니다.

이날 재판이 함께 있었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구 회장과 마찬가지로 집행유예로 풀려나자 “지난해 경제민주화 바람 이후 엄격해졌던 기업인에 대한 사법부의 기준이 조금 완화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재계에선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최근엔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기각됐었지요. 하지만 SK와 LIG의 두 차남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 bono@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5.17(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