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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때문에 울고 웃는 호주와 뉴질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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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휘 증권부 기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포겔은 ‘2040년 중국이 다시 세상을 지배하는 그날’이란 짧은 전망 글에서 앞으로 26년 뒤 중국 경제 총량이 123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 때가 되면 중국의 1인당 평균 수입은 8만5000달러로 유럽연합, 일본을 웃돌 것이라고 합니다.

다시 말해 ‘세계의 공장’이던 중국이 앞으로 슈퍼 부국으로 발전해 중국의 대도시 주민은 일반적인 프랑스인보다 2배 이상 풍요로운 나날을 보낼 것이라는 게 포겔의 예상입니다. 미래 경제패권의 모습이 과연 이대로 전개될지 예단하긴 어렵습니다만 요즘 중국이 전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하면 허언만은 아닐 듯 싶습니다.

이미 ‘소비 대국’으로서 중국의 영향력은 한 나라의 경제를 뒤흔들 정도로 막강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으로 호주와 뉴질랜드 경제의 희비입니다. 뉴질랜드는 지난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3.5% 증가(전년 동기 대비)하며 분기 성장률 기준으로 2009년 4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에 비해 호주는 지난해 최악의 한 해를 보냈습니다. 고용 시장이 20년만에 가장 어려웠고, 2012년까지 4%였던 분기 성장률도 2%대로 곤두박칠쳤습니다. 3%대 성장을 해야 경제에 활기가 도는데 올해 성장률도 2.75%에 불과할 전망이랍니다.

이웃 국가인 뉴질랜드와 호주가 이처럼 희비가 엇갈린 데엔 중국 효과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중국의 부자들이 자국산 우유나 치즈 등 유제품을 믿지 못하게 되자 뉴질랜드산 고급 유제품을 싹쓸이하면서 뉴질랜드 경제에 날개를 달아줬다는 겁니다. 낙농업체 주가도 덩달아 뛰고 있습니다.

내심 중국 부자들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던 한국 우유업체들로선 안타까운 일이긴 합니다만 역시 중국 부자들의 소비 파워는 막강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입증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뉴질랜드 경제가 살아나면서 뉴질랜드 수도인 웰링턴의 부동산 시장도 활황입니다. 국제 부동산 브로커들이 국내 연기금에 웰링턴 오피스 빌딩 투자 건을 들고 오는 일이 작년 하반기부터 부쩍 잦아졌다고 합니다. 덕분에 뉴질랜드 출장을 다녀 온 연기금 담당자들도 꽤 있는 모양입니다. 공항에 도착하면 차량 제공에서부터 철저한 에스코트로 칙사 대접을 받는다고 합니다.

호주 경제의 추락도 중국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호주의 최대 수출품이 석탄, 철광석 등 천연 자원인데 중국이 수출 주도형 경제를 내수 중심 경제로 탈바꿈시키려 강하게 정책 드라이브를 걸면서 자원에 대한 수요가 줄자 호주 경제가 직격탄을 맞은 겁니다.

중국 경제의 이같은 변화는 앞으로 더 강화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합니다. 미국, 유럽연합을 비롯해 한국도 그랬듯이 중화학 공업 중심에서 금융 등 서비스 산업과 첨단 과학이 융합된 산업으로 경제를 변모시키려 할 것이란 얘기입니다. 굳이 2040년까지 가지 않더라도 막강한 소비 파워를 가진 중국 부자들을 누가, 어떻게 잡느냐가 세계 각국 경제 성장의 화두가 될 겁니다.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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