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비하면 정 의원의 속내는 좀 더 복잡해보입니다. 차기 대권 도전의 뜻을 품은 정 의원 입장에서 서울시장 출마와 관련 따져봐야할 정치적 이해득실이 그만큼 더 많기때문입니다.
첫번째 1조6000억원에 달하는 현대중공업 주식 백지신탁 여부 문제입니다. 직무 관련성 심사청구를 통해 현대중공업 주식 보유와 서울시장의 업무 연관성을 판단해야 하는데 관련법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정 의원측에선 이미 자체적으로 법률 자문을 통해 업무 연관성이 없다는 결론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만 경선 과정에서부터 이 논란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둘째 2017년12월 대선과 맞물린 서울시장 임기 문제입니다. 차기 서울시장의 임기는 2018년 6월까지고 차기 대선은 2017년 12월이다. 만약 정 의원이 서울시장에 당선된 뒤 대선에 도전하려면 시장 임기를 6개월 채우지 못하게 됩니다. 정 의원측 핵심 관계자도 “이번 시장선거에 당선되면 2017년 대선에 뛰어들 수 있는 입지가 좁아진다는 게 여러 고민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야당이 선거과정에서 이 문제를 집중 거론할 것은 불보듯 뻔합니다. 박원순 현 시장은 이미 작년 11월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시장 재선이 되면 시정에 전념하고 대선에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셋째 경선 패배 가능성에 대한 부담입니다. 당 일각에서는 ‘박심’(박근혜 마음)이 김 전 총리에게 기울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당내 최다선인 7선 의원이지만 당내 계파가 없는 비주류라는 점이 경선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만약 경선에서 패배한다면 그 후폭풍은 대권 도전의 꿈까지 좌초시킬 수 있을 정도로 거세질 수 있습니다.
이런 여러 상황을 감안할 때 정 의원이 리스크를 떠안고 후보 경선에 뛰어들기보다는 적절한 시기에 김 전 총리와 이혜훈 최고위원에게 여권 후보 자리를 양보할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여당을 출입하는 저도 이런 시나리오의 전개를 우세하게 보고 있습니다. 서울시장 출마를 저울질하며 당내 ‘MJ’의 존재감을 다시 한번 분명히 부각시킨데다, 대선 도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리스크를 피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정 의원이 양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명분과 실리가 더 크기때문입니다.
물론 정의원이 이런 리스크를 모두 떠안고 예선(경선),본선(서울시장)을 치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박원순 시장까지 꺾어 준다면 그는 차기 대선까지 탄탄대로를 걷게 됩니다.
하지만, 박 시장은 지금까지 ‘불패신화’를 써가고 있는 정 의원으로서도 승리를 장담할수 없는 강적입니다. 현재 여론지지율과 현역 프리미엄을 감안할때 정의원의 승리를 장담할 수도 없습니다. 예선, 본선중 한번만 삐긋하면 이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대권 도전의 꿈을 접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최근 새누리당 출입기자들이 김 전총리보다 정 의원의 ‘입'과 일거수 일투족에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이유입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