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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대칭하자'던 스타 공무원...알고 보니 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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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지식사회부 기자) ‘먼저 미소 짓고’, ‘먼저 인사하고’, ‘먼저 대화하고’, ‘먼저 칭찬하자’

2006년 고용노동부 강릉지청에서 근무하던 5급 공무원 최모씨(58)가 제안한 ‘미인대칭’ 캠페인입니다. 그는 관광도시 강릉의 지역경제를 살리는데 이 같은 캠페인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캠페인을 제안했죠. 이 캠페인은 참신한 아이디어로 인정받았고 그는 고용노동부 내에서 일약 ‘스타’ 공무원으로 인정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평소에 이런 기발한 아이디어 외에도 ‘공직윤리’를 강조했습니다. 공무원들이 기업을 위해 그리고 국민을 위해 항상 봉사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강조했고, 또 이 같은 주제로 다양한 책들을 써냈습니다. 그가 저술한 책인 <기업하는 사람들이 눈물을 흘릴 때>, <공무원 2.0시대>, <공무원이 변해야 기업이 산다> 등은 제목만 봐도 공무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지 알 수 있는 책들 입니다.

최씨는 이런 활동을 토대로 각종 대학, 기업에서 수 많은 강의도 했습니다. 각종 언론매체에 참신한 공무원으로 소개되기도 했죠. 최씨의 블로그에는 “저를 감동시킨 최초의 공무원입니다”라며 그를 존경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뼈 속까지 공무원인 그에게는 또 다른 얼굴이 있었습니다. 5일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고용노동부가 관리하는 전산망 개인정보 12만건을 빼돌린 뒤 이를 정부지원금 알선 브로커 영업에 사용해 58억원을 챙긴 5급 공무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장본인은 바로 최씨였습니다.

기업을 돕자고 외치고 다녔던 그는 한편에서는 기업의 정부지원금을 이용해 자신의 이득을 챙기고 있었습니다. 공직윤리를 강조했던 그는 아무도 모르게 고용노동부 전산망의 개인정보를 빼돌리고 있었습니다. 캠페인을 벌이고 사회에 봉사하며 살던 그는 이 범죄를 위해 사무장 노무법인을 세우고, 자신의 딸까지 범행에 가담케 했습니다. 이렇게 벌어들인 수익 일부는 최씨의 저서 출판 등에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죠.

사건을 조사한 경찰은 “최씨가 이 정보를 활용해 수수료를 받지 않고 무료로 기업들에게 정부지원금을 탈 수 있게 컨설팅을 해줬다면 이 일은 선행으로 남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의 이득을 챙길 생각이 없었다면 기업·개인정보를 빼돌리지도 않았을 것이고, 사무장 노무법인을 세울 필요도 없었을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정말 그랬다면 그가 책에 쓴 말대로 참신한 공무원의 선행으로 남았겠죠. 선과 악은 종이 한 장 차이인 것 같습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1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