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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 더 받은 강력팀 형사가 푸념 늘어놓은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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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표 지식사회부 기자) “전에 있던 경찰서에선 살인사건 때문에 몇 달씩 집에 못들어가도 성과급 C등급을 받았는데 여기서는 경비만 잘 서도 S급이 나오니 이걸 좋아해야 하는건지 말아야 하는건지?"

최근 술자리를 함께 한 일선 경찰서 강력팀 A형사는 행복한 푸념을 털어놨습니다. 20년 경찰 생활 대부분을 강력팀에서 지낸 그는 지난해 근무지를 옮긴 덕에 이번달 말에는 이전 경찰서에 있을 때보다 성과급을 50만원 가량 더 받게됐습니다.

A형사의 성과급이 갑자기 늘어나게 된 까닭은 ‘어느 경찰서 소속이냐’가 성과급 봉투의 두께를 거의 대부분 정해버리는 경찰의 성과급 산정 방식 때문입니다. 서울시내 31개 경찰서는 각각의 치안 수요에 따라 S급·A급·B급·C급을 2:3:4:1의 비율로 나뉘게 됩니다. 경찰서별 112 신고 건수와 사건 처리 건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매기는 일종의 등급제인 셈이지요. 큰 사건이 많이 발생하는 강남·송파·서초경찰서 등과 주말마다 대형집회를 치러내야 하는 종로경찰서가 대표적인 S급 경찰서입니다.

같은 경찰서라고 해도 강도, 절도, 폭행 같은 강력 범죄를 처리하는 형사과 소속인지 사기범들을 잡아넣는 수사과 소속인지, 아니면 파출소에 근무하는 지구대 소속인지에 따라 따라 등급에 차이가 생깁니다.

예를 들어 청와대와 정부종합청사, 주요국 대사관이 몰려 있어 경찰서장이 새벽마다 ‘세계일주’(미국·중국·일본 대사관을 차례로 순찰하는 것을 두고 경찰관들이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에 나서야 하는 종로경찰서의 경비과와 정보과는 S등급을 뽐내지만 강력 사건이 적은 같은 경찰서 형사과는 C등급을 받고 있습니다.

성과급은 해당 경찰서와 소속 과의 등급을 모두 감안해 산정됩니다. 경찰서 등급에 해당 과의 등급을 곱하면 SS등급부터 CC등급까지 모두 16개 등급이 나오게 되죠. 지휘관 평가도 20% 정도 반영된다지만 대부분은 애초에 정해진 경찰서와 과의 등급대로 성과급이 나오게 됩니다. SS등급과 CC등급의 금액 차이는 연간 60~70만원 정도라고 합니다.

이렇듯 대부분의 경찰관들이 개인 실적과는 무관하게 애초에 정해진 등급대로 성과급을 받다보니 아무래도 불만이 없을 수는 없죠. 이에 대해 경찰청 인사담당자는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억울하게 느낄 수도 있지만 객관적인 데이터를 놓고 보면 급수가 높은 경찰서와 과에서 더 많은 성과를 낸 것이 확연히 드러난다”며 “경찰관 개개인의 수고에 대해서는 야근 수당 등 각종 수당을 통해 보상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관할 지역 내 거주인구가 10만명이 채 안되는 혜화경찰서 형사과와 50만명에 가까운 인구가 생활하는 강남경찰서 형사과에 접수되는 사건 수부터 확연히 차이가 나는데 어떻게 똑같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느냐는 것이죠.

한 일선경찰서 형사과장은 “형사과도 고생을 많이 하는데 성과급 평가 때마다 C를 받아 마음이 속상하다”면서도 “모두가 100% 만족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것 아니냐”고 착잡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1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