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엄밀히 말해 손 분사장은 CEO가 아닙니다. 농협카드는 다른 곳과 달리 별도 법인이 아닌 농협은행 내 하나의 조직이죠. 농협은행이 2011년 카드를 은행에서 분사시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만든 일종의 company in company입니다. 때문에 크게 보면 농협카드는 농협은행장의 책임 하에 있습니다.
그런데 왜 손 분사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선에서 마무리가 됐을까요? 해답은 지난해 12월 단행된 농협은행 인사에 있습니다. 농협은행은 손 분사장을 지난해 12월 부장에서 부행장으로 승진시켰습니다. 은행에서는 은행장 다음 가는 자리죠. 손 분사장이 다른 카드사 사장 정도의 ‘급’이 된 것입니다.
만약 지난해 12월 이전에 정보유출 사태가 벌어졌다면 은행장이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했을 거라는 게 농협은행 안팎의 분석입니다. 다른 카드사는 사장이 물러나는데 농협카드에서는 부장이 옷을 벗는다면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왔을 거라는 말입니다.
때문에 농협은행 안팎에서는 지난해 말 손 분사장의 부행장 승진 인사를 두고 ‘신의 한수’였다는 얘기마저 나옵니다. 덕분에 은행장을 지킬 수 있었으니까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