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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쌍용차 'X100'을 경계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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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석 산업부 기자) 현대자동차는 국내시장 점유율 1위, 쌍용자동차는 4위 업체입니다. 현대차의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은 총 473만2366대, 쌍용차는 14만5649대죠. 현대차의 판매량이 32배나 많습니다. 이 수치만 봐도 현대차가 쌍용차를 크게 신경 쓸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전세계 시장을 휘젓고 있는 폭스바겐과 제네럴모터쇼(GM), 토요타 등 자이언트 군단에 초점을 맞춰야겠죠. 아마 실제로도 그렇게 하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쌍용차가 내년에 내놓을 신차 ‘X100(프로젝트명)에 대해선 현대차도 적지않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차량이 최근 우리나라를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선호도가 높은 소형 SUV이자 쌍용차의 대주주 인도 마힌드라&마힌드라와 함께 개발하는 첫 차이기 때문입니다.

현대차그룹 산하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KARI)는 최근 ‘마힌드라, 쌍용과 플랫폼을 공유한 SUV 출시’라는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X100 출시 일정과 효과 등을 자세히 분석한 것이죠. 여기서 플랫폼은 엔진과 변속기를 포함한 차체 뼈대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보고서는 “X100은 내년에 글로벌 시장에 출시하고, 마힌드라가 이를 기반으로 만든 저가 SUV ‘S102(프로젝트명)’를 내년 말 인도시장에서 판매할 것”이라며 “쌍용차와 공동 개발 및 부품 공용화로 가격 및 제품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자동변속기를 포함한 일부 부품을 함께 쓰면서 5~7%의 비용 절감효과를 내는데 이어 부품 공동개발로 향후 수천만 달러의 개발비 절감도 이뤄진다는 겁이다.

실제로 두 회사는 3년 이내에 6종의 가솔린 엔진을 함께 개발할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X100과 S102는 두 회사의 판매량 증가 및 신규 시장 진출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마힌드라는 자국 경기침체로 인해 지난해 내수 판매량이 23만4000대로 전년 대비 9.9% 감소했는데요. S102 등 신차를 투입해 판매량을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합니다.

쌍용차는 X100을 앞세워 내년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리는 ‘2015 북미 국제 오토쇼(디트로이트모터쇼)’에 참가한 후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할 계획입니다. 이유일 쌍용차 사장이 최근 열렸던 2014 디트로이트모터쇼를 둘러보고 현지 관계자들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사전 정지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죠.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14만5649대를 판매한 쌍용차는 올해는 16만대를 목표로 잡았습니다. 또한 X100 등 경쟁력 높은 신차를 내놓아 판매량을 2016년에 30만대까지 끌어올릴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쌍용차는 오는 3월 스위스에서 열리는 제네바모터쇼에서 X100의 양산 모델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현재 현대·기아차는 X100과 같은 소형 SUV 차종이 없는 상황이죠.

한국GM의 쉐보레 트랙스와 르노삼성 QM3 등 작은 체구의 SUV가 국내 시장에 출시된 데 이어 내년에 X100까지 나오면 현대·기아차만 경쟁차종이 없기 때문에 판매 전략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보고서까지 작성한 걸 보면 수입차 시장 팽창과 함께 줄어드는 내수 판매량이 쌍용차로 인해 더 위축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내부적으로 있나 봅니다.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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