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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텔레마케팅 초창기엔 전화번호부 붙들고 무조건 돌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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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금융부 기자) “1998년이었나… 노란 표지의 전화번호부 책자 아시죠? 그거 들춰보면서 전화 돌리는 게 시작이었습니다."

사상 초유의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 사건 이후 금융시장이 시끌시끌합니다. 금융당국의 전화영업(텔레마케팅·TM) 금지 조치에 따른 후폭풍도 만만치 않습니다.

고객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다양한 합법적·불법적 방법이 연인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는데요. 대출모집과 함께 보험판매는 적극적으로 TM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TM의 초창기 모습은 어땠을까요? 어떻게 진화해왔는지 15년 이상 TM 업무에 몸 담아온 한 중소형 보험사 TM 부문 책임자 김모씨(남·48)를 만나봤습니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1998년쯤이었어요. 설계사 조직이 탄탄한 삼성생명 등 대형사들은 아무래도 관심이 덜 했죠. 설계사들의 반발과 채널 간 마찰을 생각 안 할 수 없으니깐요. 대신 새로 생긴 중소형 보험사들이 적극적으로 TM에 뛰어들었어요. 그 때만 해도 설계사보다 훨씬 비용은 적게 들고, 계약 성사는 꽤 돼서 고효율 판매 채널로 인기를 끌었죠."

김씨는 당시 영업 방법도 설명해주더라고요. “정말 초기에는 일단 전화번호부 책자를 하나씩 끼고 무작정 전화를 거는 게 일이었어요. 주차장이든 어디든 전화번호부터 확보해서 마냥 다이얼을 돌리는 거죠. 그러다가 신문이나 잡지에 보험사 전화번호를 게재하고 걸려오는 전화를 같이 받기 시작했어요."

김씨의 설명을 듣다 보니 조금씩 TM 수법이 발전하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그 다음에 머리는 쓴 게 신용카드사와 협업이었죠. 아무래도 고객정보가 많아서지요. 2000년대 들어 굉장히 활발해졌고, 또 지금은 거의 안 하지만 이동통신사와 제휴도 많았어요. 5~6년 전에는 이른바 ‘낚시성’ 광고 이벤트’가 주를 이뤘어요. 왜 상품 준다고 해서 들어가보면 개인정보 수집하고, 상품 타기도 어려운 팝업창 있잖아요."

소비자들이 이런 보험사들의 전략을 꿰뚫어볼 때쯤 다시 신용카드사, 홈쇼핑 업체와 제휴가 많아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습니다. 신용카드사나 홈쇼핑을 보험대리점으로 등록한 뒤 보험판매를 하는 식이지요.

동시에 보험사가 경품 및 행사 비용을 부담하고 대형마트와 함께 오프라인 이벤트를 열어 고객정보를 수집하는 일도 흔하다고 하네요. “이번 사건 터지고 TM이 힘들어질 건 불 보듯 뻔해요. 뭔가 또 다른 전략을 찾아봐야지요. 아직 딱히 보이진 않지만요.” (끝)

오늘의 신문 - 2024.05.0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