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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 인플루엔자가 무서워하는 건 따뜻한 봄 햇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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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이 경제부 기자) 올 겨울 조류인플루엔자(AI)가 극성이죠. 사실 올 겨울 뿐만이 아닙니다. 과거 한국에서 발생한 네 차례의 AI 중 세 차례가 겨울에 발생했습니다. 겨울에 처음 생긴 AI는 따뜻한 봄이 온 후에야 물러갔죠.

왜 겨울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AI 바이러스를 몰고오는 걸로 알려진 철새 때문입니다. 많은 철새가 초겨울에 추위를 견디기 위해 시베리아 등 북쪽에서 한국으로 남하하죠. 이번 AI 발병원으로 강력하게 추정되는 가창오리도 시베리아에서 내려왔답니다.

봄이 온 후에야 AI가 잡히는 이유는 뭘까요? AI 바이러스가 기온에 민감하기 때문입니다. 이 바이러스는 유난히 추위를 좋아하거든요. 한마디로, 추운 환경에서 생존력이 높다는 얘긴데요.

예를 들어볼까요. AI 바이러스는 실온(18~20도)의 조류 폐사체 몸에서 며칠간을 버팁니다. 냉장보관 상태(2~5도)의 폐사체에선 23일까지 살아있기도 했죠. 냉동상태에선 어떨까요. 몇달을 살 수도 있답니다. 호수, 저수지 등이 얼면 조류의 배설물에 포함된 바이러스가 활동성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반면 AI 바이러스는 햇빛에 취약합니다. 햇빛이 소독약이 되는 셈입니다. 하지만 만약 이 바이러스가 얼음이나 눈 아래 있다면 어떨까요? 사실상 보호막을 쓰는 셈이 되겠죠. 또 날씨가 추우면 조류 등의 체외 바이러스 배출량도 많아집니다. 사람 감기가 겨울에 심하듯 동물도 겨울에 증상이 심한 셈인데요.

여기다 날씨가 추우면 방역도 어렵죠. 소독약이 얼 수도 있고 눈이 많이 쌓여 소독이 어려워지는 경우도 생기니까요. AI 방역엔 천운(天運)도 따라줘야 한다는 농 섞인 말까지 나옵니다.

이번 AI도 따뜻한 봄이 와야 사라질까요? 올해도 봄까지 기다리기엔 축산농가들의 한숨이 너무 깊어 보이네요. /koko@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5.02(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