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회장은 경제월간지 포춘 인터뷰에서 “매우 재미있는 러브스토리"라며 모토로라 인수 배경을 밝혔습니다. 그는 2011년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한다고 발표한 직후 에릭 슈미트 회장을 자기 집에 초대했답니다. 그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하드웨어 사업을 하고 싶으면 하세요. 그러나 하드웨어 사업에는 관심이 없다면 우리한테 넘기십시오."
대단한 선견지명입니다.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한 건 모토로라가 보유한 특허가 탐났기 때문이었죠. 애플이 특허전쟁을 시작한 터라 안드로이드를 지키려면 특허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필요가 있었죠. 휴대폰을 직접 만드는 건 관심 밖이었을 겁니다. 괜히 안드로이드 파터너들을 자극하기만 할 테니까요. 양 회장은 이걸 간파하고 미끼를 던진 셈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두 달 전 슈미트 회장이 양 회장한테 이메일을 보냈답니다. 그래서 전화를 걸었더니 “아직도 모토로라에 관심 갖고 계세요?”라고 묻더랍니다. “물론이죠"라고 답을 했고 곧바로 협상을 시작했답니다. 양 회장이 여러 차례 실리콘밸리로 갔는데 구글 창업자/CEO 래리 페이지가 자기 집에 초대했다네요. 그 후 두 달만에 협상을 끝냈다고 합니다.
양 회장, 대단합니다. 위키피디아에서 양 회장 이력을 잠깐 살펴봤습니다. 1964년생. 한국나이 올해 51세. 상하이교통대에서 컴퓨터과학 전공했고 중국과기대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1989년 레전드(레노버 전신)에 입사. 탁월한 실적을 내 29세에 PC사업부 책임자. 2001년 한국나이 38세에 창업자 류 추안지(柳傳志)에 이어 레노버 CEO가 됐습니다.
양 위안킹은 CEO가 되고 나서 2년 후 IBM PC사업 인수 작업에 착수했고 2005년 경쟁사들의 2배 가격을 써내 인수에 성공했습니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지난해 레노버는 세계 최대 PC 메이커가 됐죠. 양 회장은 2012년에는 보너스 300만 달러를, 2013년에는 보너스 325만 달러를 모두 직원들한테 나눠줬다고 합니다. 합치면 66억원쯤 됩니다.
양 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경쟁사 얘기도 했습니다. “모토로라를 인수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No.3가 됐는데 애플 삼성도 따라잡을 수 있다고 보느냐?”고 묻자, “물론이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우리 미션은 그들을 뛰어넘는 것이다.” 이렇게 답했습니다. IBM 인수해 PC No.1 됐듯이 모토로라 인수해 스마트폰 No.1이 되겠다는 건가요? /김광현 IT전문기자 @kwang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