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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공장 놀리느니 불에 타버리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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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근 중소기업부 기자) SK하이닉스는 지난해 9월 불이 난 중국 우시 공장을 복구하는데 7000억원 정도가 들 것이라고 지난 28일 발표했습니다. 화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해 3조3800억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긴 했지만 복구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작년 영업이익의 약 20%에 육박합니다.

중소기업 공장에 불이 났다는 뉴스도 심심찮게 접할 수 있습니다. 액정표시장치(LCD)광학필름 업체 미래나노텍은 지난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충청북도 청원군 공장에 불이 나 곤혹을 치렀습니다. 이달 6일에는 삼성전자를 지원하기 위해 베트남에 나간 휴대폰 케이스 업체 모베이스의 베트남 공장에서 불이 났습니다.

기업의 규모를 떠나 공장에 큰 화재가 발생하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당장 생산에 차질을 생겨 매출이 떨어지는 건 불 보듯 뻔합니다. 복구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이 많이 드는 것도 문제입니다. 고객 회사에 제때 공급을 못 하면서 신뢰관계에 금이 갈 우려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그러나 공장에 불이 나는 걸 내심 ‘반기는’(?) 회사들도 있다는 게 기업인들의 얘기입니다. 업황이 좋지 않아 공장 가동률이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힘들 정도로 낮은 기업들이 주로 그렇다고 합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일감이 예상 밖으로 갑자기 확 줄거나 장기 침체가 계속돼 적정 수준의 가동률을 유지할 수 없게 되면 잃는 것 투성이입니다. 그런데 불이라도 나면 보험금을 탈 수 있고, 보험금이 화재로 인한 손실보다 큰 경우가 종종 있어 꼭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한 중소기업인이 기자에게 들려준 얘기입니다. 모든 공장은 보험에 가입하는데, 화재 보험금이 공장을 가동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클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이런 이유로 심지어 공장에 불이 나도록 유도하는 경우도 이따금씩 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중소기업인은 “기업가정신에는 어긋나지만 오랜 기간 이익을 내지 못하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들도 나온다”며 “누전 같은 흔한 원인을 핑계 삼아 화재가 나도록 방치한 경험을 사석에서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비교적 화재가 자주 발생하는 기업은 회사의 기초체력(펀더멘털)에 이상이 생긴 건 아닌지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이유야 어찌됐든 자칫하면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화재가 없는 2014년이 되길 설을 맞아 기원해 봅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5.03.20(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