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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귀하신 몸..롱쇼트펀드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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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증권부 기자) “한 해 스타펀드로 급부상하면 이듬해에는 ‘매니저 리스크’가 생기니 주의를 해야 합니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렇게 귀띔했습니다. 돋보이는 운용성과로 자금몰이를 한 스타펀드는 담당 매니저도 함께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이듬해 경쟁사의 영입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겁니다.

요즘처럼 수익처를 찾기 힘든 상황에서는 ‘똘똘한’ 매니저 한 명이 운용사 전체를 먹여살릴 정도로 자금을 끌어모으기 때문이죠. 그래서 일부 운용사들은 잘 나가는 펀드가 있어도 매니저를 부각시키는 걸 극도로 경계하기도 합니다.

요즘 여의도 증권가에서 영입 경쟁이 가장 뜨거운 매니저는 롱쇼트펀드 매니저들입니다. 국내 증시가 박스권을 지속하면서 국내 주식형 펀드의 성과는 고전 중이나 롱쇼트펀드들은 시황에 관계없이 롱쇼트 전략을 구사해 수익을 내고 있어서죠.

일반주식형 펀드는 주식을 사서(롱) 보유하는 것으로만 수익을 낼 수 있는데 롱쇼트 전략을 활용하는 헤지펀드나 공모형 롱쇼트펀드는 주식을 사는 것과 함께 하락할 주식을 팔아서도(쇼트)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시장 판단이 맞다면 롱(매수)과 쇼트(매도)전략 양쪽에서 수익을 보탤 수 있는 것이죠.

주로 헤지펀드에서 활용하는 전략인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모형펀드 상품으로도 롱쇼트 전략으로 운용되는 펀드들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습니다. 2012년 말 1800억원에 불과했던 롱쇼트펀드의 설정액은 지난해 말 1조4000억원대로 8배 가까이 불어났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런 롱쇼트 매매 역량이 검증된 매니저들이 그리 많지 않은 상황입니다. 지난해 삼성, 트러스톤 등 일부 운용사들이 꾸준히 트렉레코드를 쌓아 성과를 내면서 롱쇼트펀드의 성과들이 주목받으면서 관련 매니저들의 몸값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죠.

지난해 전체 공모펀드 중 두번 째로 많은 자금(8392억원)을 끌어모으면서 스타펀드로 급부상한 ‘트러스톤다이나믹코리아50’도 역시나 해가 바뀌자마자 ‘매니저 리스크’가 발생했습니다. 책임 매니저인 김주형 트러스톤자산운용 주식AI본부장이 경쟁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 이직한다는 소문입니다.

물론 여의도 증권가에서 운용사간 매니저들의 이동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다만 그동안 운용 성과를 보고 뒤늦게 자금을 넣은 투자자들은 이 소식이 얼마나 당황스러울까요. 트러스톤운용측은 “확정된 것은 없다”면서 “해당펀드가 팀체제로 운용되기 때문에 큰 지장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부진한 증시에서 스타펀드로 키운 책임 매니저의 역량은 높이 평가받을 만합니다.

하지만 이동이 잦은 매니저가 운용하는 펀드라면 아무리 성과가 좋더라도 자금을 넣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돋보이는 성과에 앞서 장기운용 철학으로 투자자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안겨주는 장수 매니저들이 더욱 각광받는 이유입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5.01.2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