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적으로 한 백화점의 상품권은 다른 백화점에서는 쓸 수 없습니다. 롯데상품권 뒷면에 보면 롯데백화점 외에 80여개 제휴 사용처의 명단이 나와 있지만 타 백화점은 그 명단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백화점이 상품권을 발행하는 것은 상품권을 가진 고객이 백화점에 오게 만들어 추가적인 매출을 유발하기 위해서입니다. 경쟁관계인 다른 백화점에서는 쓸 수 없도록 하는 것이 당연하죠.
그러나 일부 백화점 매장의 판매사원들은 암암리에 타 백화점 상품권을 받습니다. 저는 얼마 전 현대백화점 신촌점의 한 매장에서 옷을 사면서 판매사원에게 “롯데상품권도 받느냐”고 물었습니다. 이 직원은 잠시 망설이더니 상품권을 달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판매사원들은 타 백화점 상품권을 받아 어떻게 처리할까요. 백화점에 입점한 업체들은 손님에게서 받은 돈을 우선 백화점 측에 준 뒤 그 중 수수료를 뗀 금액을 받아 최종 매출로 잡습니다. 이때 다른 백화점의 상품권은 백화점 측이 매출로 인정해 주지 않습니다. 제휴 사용 계약이 맺어지지 않은 상품권을 받는 것은 규정 위반이니까요.
업계에서는 판매사원들이 타 백화점 상품권을 두 가지 방법으로 ‘세탁’해 백화점 측에 대금을 청구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선 상품권을 ‘할인시장’에 팔아 현금으로 바꾸는 방법이 있습니다. 백화점 상품권을 할인시장에 팔면 액면금액의 95~96% 수준에서 현금을 챙길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다른 백화점에 입점한 업체와 상품권을 바꾸는 것입니다. A백화점에서 받은 B백화점 상품권과 B백화점에서 받은 A백화점 상품권을 주고받아 각자 자기 백화점의 상품권을 갖는 것이죠.
백화점 판매사원들이 타 백화점 상품권까지 받는 것은 소비 침체의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백화점 상품권은 안 받는다’면서 손님을 돌려보내기보다는 편법을 써서라도 매출을 늘리려고 하는 것이죠.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