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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수행 빈도로 본 북한 '권력지형'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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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예진 정치부 기자)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공개활동을 가장 많이 수행한 인물 ‘톱(TOP) 10’ 리스트가 14일 공개됐습니다. 이 리스트는 북한의 권력지도의 축소판입니다. 순위 변동에 따라 핵심 세력들의 위상 변화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작년에는 순위권에 새로 진입한 인물들이 많았습니다. 10명 중 7명이 교체되고 새로운 얼굴들로 채워졌습니다. 장성택 전 국방위 부위원장의 처형 전부터 북한의 권력 구도에서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최용해 인민군 총 정치국장은 작년 김정은을 가장 많이 수행한 인물로 등극했습니다. 2인자로서 확실히 자리매김한 모습입니다. 최용해는 총 153회를 수행해 전년(85회)보다 2배 가까이 수행횟수가 늘었습니다.

반면 2012년 106회 수행으로 1위였던 장성택 전 국방위 부위원장은 작년 52회에 그쳐 3위로 밀려났습니다. 처형 직전인 작년 하반기부터 수행 빈도가 급격히 줄어든 탓입니다. 이를 두고 장성택의 숙청은 예고됐던 것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한발 앞서 간 사람들은 이 리스트를 보고 장성택 이후 다음 희생양이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원회 서기(사진)라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김기남의 수행 빈도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는 점 때문입니다. 2012년 수행 빈도 60회로 3위였던 김기남은 지난해 37회에 그쳐 가까스로 10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날 중국 군사전문 사이트 첸잔왕(前瞻網)은 “김기남은 장성택처럼 냉대받고 있다”며 “김기남이 장성택 이후 거물급 숙청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작년부터 수행인물의 세대교체 현상이 두드러졌다는 점에서 예단하기는 이릅니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60~70대 부장급(장관급)이 점차 물러나고 부부장급(차관급)이 급부상하는 모양새입니다.

2012년 수행 빈도 순위 10위 안에 들었던 인물 중 박도춘 당비서, 현철해 전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 김정각 김일성군사종합대학 총장, 김양건 당비서, 문경덕 평양시 당 책임비서,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김경희는 지난해 수행빈도 10위권에서 밀려났습니다.

대신 황병서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이 2위 자리를 꿰찼고 박태성 당 부부장, 마원춘 당 부부장, 장정남 인민무력부장, 리영길 총참모장, 김격식 전 인민무력부장, 박정천 포병사령관 등이 4~9위에 올랐습니다. 특히 황병서, 박태성, 마원춘은 김정은이 지난해 11월 양강도 삼지연군을 시찰했을 때 수행했던 인물로 당 부부장인 김병호, 홍영칠과 함께 김정은 지배체제를 떠받치는 ‘부부장 5인방’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통일부 관계자는 수행인물 교체 배경에 대해 “작년에 군쪽에 인사가 있었고 경제 분야 활동이 늘어나면서 당쪽 인사들의 수행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정은 체제가 불안정한 상태로 지속된다면 수행인물 리스트가 언제 살생부 리스트가 변할지 모를 일입니다. /ace@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6.26(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