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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맥주점 정 사장의 기막힌 고객관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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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동 유통전문기자) 장사를 하려면 무릇 숫자에 밝아야 합니다. 머리속에 영업과 관련된 온갖 수치를 달달 외고 있는 사람은 의사결정이 빠를 수 밖에 없습니다. 사람 관리도 마찬가지지요. 한번 본 사람을 잊지않고 기억해 내는 능력이 영업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

고객관계관리(CRM)와 같은 경영기법을 제 아무리 잘 활용하는 사장이라도 고객 한사람 한사람의 이름을 불러주며 맞이하는 가게 주인을 못 따라갑니다. 점주의 스킨십은 고객에게 상술이란 느낌을 줘서는 안됩니다. 고객을 정말로 배려하는 마음으로 대해야 그 대가가 돌아오는 법이지요.

경기도 부천의 한 역세권에서 맥주전문점을 하는 정상훈 사장(가명·55)은 남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고객의 직장이나 사는 곳은 물론, 언제 와서 무엇을 먹고 갔는지도 기억해냅니다. 이는 단순한 기억력 덕분이 아니랍니다. 자기만의 비법이 있습니다.

“오늘은 아이들을 두고 두 분만 오셨네요.” 단순히 건넨 인사지만 고객은 활짝 웃습니다. 가족관계를 환히 꿰고 있는 점주가 무척 반갑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그 손님의 주문액은 올라가게 마련이죠.

“한 여성 손님은 퇴근 때 점포 앞을 지나칠 때 일부러 천천히 걷는다고 해요. 제가 불러주면 얼른 들어가 맥주 한 잔 하고 싶어서 그런다고 하네요.” 이런 단골들은 일주일에 2~3회 가게를 방문합니다. 이런 상황이면 매출 걱정은 안해도 되겠지요.

정 사장은 고객이 무엇을 먹었는지 항상 체크합니다. 안주를 많이 시켰는데, 색다른 술을 원하는 여성 고객에겐 비싼 수입 맥주 1명을 갖다줍니다. 그러면 손님 반응이 금방 나타납니다. “여성 2명이면 매출이 2만원대인데, 7000원짜리 수입맥주를 서비스로 주니 좋아할 수 밖에요.”

안주를 많이 먹은 테이블이나 술이 남은 고객에겐 마른 안주를 덤으로 준답니다. 이런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주량이 많은 사람, 술보다는 대화를 많이 하는 사람 등 개개인의 취향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하겠지요.

물론 술 한 병 달랑 마시는 고객까지 서비스를 안겨줄 수는 없습니다. 매출이 일정 금액 이상 되면 아르바이트생들이 그에게 슬쩍 알려줍니다. 손님이 많지 않은 날은 혼자서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나름대로 정한 기준 이상 매출을 올려주는 손님에게 그는 후한 인심을 쓰고 있습니다.

그는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는 그만의 노하우를 ‘FACE’ 란 말로 요약합니다.

첫째, F(Focus)는 방금 가게에 들어온 고객에게 모든 신경을 집중한다는 뜻입니다. 둘째, A(Ask)는 그 사람의 구체적인 인적 사항을 틈나는 대로 물어본다는 뜻입니다. 셋째, C(Connect)는 내가 아는 사실과 새로운 사실을 서로 연계시킨다는 뜻입니다. 넷째, E(Empoy)는 이름을 잊기 전에 그 이름을 기억하는 방법을 생각해낸다는 뜻입니다. 재미있고 실용적인 노하우입니다. /cdkang@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5.03.0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