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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CES에서 지켜본 전자업체들의 첩보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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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석 산업부 기자) 세계 최대의 가전쇼 ‘CES 2014’가 지난 10일 폐막했습니다. 나흘간 세계 최대 환락의 도시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행사에서 내로라하는 전세계 3200여개 전자·IT 업체들은 최신 제품을 내놓고 기술력을 뽐냈습니다.

CES에 왜 이리 많은 업체가 올까요? CES는 새해 벽두, 전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개막됩니다. 그래서 수많은 전자 업체와 도·소매 유통회사, 딜러 등이 모두 모입니다. 참여 업체들은 자사의 신제품을 마케팅하고, 딜러 접대 및 상담을 하기 위해 간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게 다일까요?

물론 마케팅과 상담도 큰 목적이겠지만, 경쟁사들의 전략 및 신제품 정보를 파악해야하는 것도 굉장히 큰 미션입니다.

전시장을 다니다보면 경쟁사 간부들이 다른 경쟁사의 부스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제품 스펙을 눈으로 확인하는 장면이 포착됩니다. 가끔은 실갱이가 벌어지기도 합니다. 이건 국적을 떠나 그렇습니다. 중국 업체들이 LG전자 부스에 진을 치고, TV 두께를 재는가 하면 LG전자 임직원들이 단체로 삼성전자 부스를 찾아가기도 합니다.

실제 지난 9일(현지시간) CES 삼성전자 부스에 LG전자 임직원들이 대거 나타나 기자의 눈에 목격됐습니다. 사진 중앙에 약간 무릎을 굽히고 숙인 사람이 바로 이호 LG전자 세탁기사업부장(전무) 입니다. 그런데 삼성전자의 신제품 셰프컬렉션을 살피던 이들에게 기자는 신기한 걸 발견했습니다.

이들이 신분증 줄을 LG전자 표식이 있는 것에서 소니 것으로 바꿔 걸고 온 겁니다. 소니는 이번 행사 공식스폰서여서 모든 줄이 소니 것이었지만, LG전자나 삼성전자 직원들은 모두 자기 회사 로고가 박힌 줄을 하고 있었죠. 그런데 줄을 바꿔 경쟁사 부스를 찾은 겁니다.

물론 삼성전자 임직원들도 LG전자 부스를 찾아서 조사를 했을 겁니다. 안하면 직무방기겠죠. 하여간 경쟁사들간의 첩보전을 옆에서 보니 신기하더라구요. / realist@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5.02.0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