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는 ‘What will your verse be?’란 물음에 이어 ‘iPad Air’란 자막이 나오면서 끝납니다. 지난해 .월 아이패드 에어를 발표할 때 보여줬던 영상과 닮았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아이패드를 확용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영상이었죠. 이번 광고도 아이패드 활용 영상을 보여주면서 휘트먼의 시를 읊는 식으로 이어집니다. 영화 속 키딩 선생님(로빈 윌리암스)의 목소리 그대로입니다. 대충 이런 내용입니다.
우리가 시를 쓰고 읽는 것은 아름답기 때문이 아니야. 우리가 시를 쓰고 읽는 것은 우리가 한 사람의 인간이기 때문이야. 인간은 열정으로 가득 차 있거든. 의학, 법학, 경영학, 공학, 이런 것은...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to sustain life) 필요하지. 그런데 시, 낭만, 사랑, 이런 것은 우리가 살아 있기(stay alive) 위해 필요하거든. 휘트먼은 이렇게 썼지. ‘오 나여! 오 삶이여! 질문은 끝없이 반복되고, 부정한 것들이 꼬리를 물고, 도시는 바보들로 넘치고. 좋은 게 뭐가 있는가. 오 나여! 오 삶이여?” 이제 대답해봐. 너는 여기에 있고, 삶이 있고... 강렬한 연극이 진행되고 있고, 너는 시를 바칠 수 있어. 너의 시는 어떤 것이니(What will your verse be?)
바로 이 마지막 말에 이어 ‘iPad Air’ 자막이 나오고 광고는 끝납니다. 그러니까 애플은 소비자들에게 아이패드로 당신의 시를 써 보라고 권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이 말을 ‘죽은 시인의 사회'에 등장하는 멋진 국어선생님 존 키딩의 입을 통해 하고 있습니다. 멋지지 않습니까?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저런 선생님이라면 아이들이 빠져들지 않을 수 없겠다' 생각했는데 애플은 바로 이런 심리를 파고들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최근에 내놓은 ‘서피스' 광고를 보셨다면 애플이 왜 이런 광고를 만들었는지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서피스와 아이패드를 직접 비교하면서 아이패드에서 안되는 것도 서피스에서는 된다고 강조합니다. 쫓아가는 입장에서는 선두주자를 물고 늘어지는 것도 전략이겠죠. 애플이 똑같은 방식으로 대응하는 건 하수입니다. ‘아이패드로 당신의 시를 써 보세요'라고 하면 그만입니다.
One more thing. 학창시절에 읽었던 휘트먼의 시 중에 아직도 기억하는 게 딱 하나 있습니다. ‘O Captain! My Captain!’ 휘트먼이 링컨 대통령을 추모하며 쓴 시인데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도 키딩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들려줬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 시에서 휘트먼은 링컨 대통령을 선장에 비유하죠. 거친 항해는 끝났고 항구에 다 왔건만 선장은 갑판에 쓰러져 있는 상황… ‘오 캡틴 마이 캡틴'을 애절하게 부릅니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wang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