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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산노블리제 골프장, 누가 주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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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구 문화부 기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중인 경기 포천 가산노블리제CC(27홀)를 공매처분해 인수한 시공사이자 주채권자인 유진기업이 지난 10일 골프장 인수에 필요한 잔금을 모두 납부했습니다.

가산노블리제의 시행사 코리핸랜드로부터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유진기업은 채권 회수를 위해 지난해 11월 4일 골프장을 공매처분했습니다. 10차례 유찰된 끝에 유진기업은 자회사인 유진로텍을 통해 가산노블리제의 땅과 건물을 629억원(매매비용 포함)에 사들였습니다.

잔금 납부를 마친 유진기업은 이번주부터 소유권 이전 절차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보증금 4억~7억5000만원을 낸 가산노블리제 회원 508명은 지난해 1월 입회 보증금 전액을 출자전환하면서 골프장을 대중제로 전환하고 주주가 됐습니다. 그러나 골프장 부지와 클럽하우스 등 땅과 건물이 남의 손에 넘어가면서 ‘껍데기 회사’만 남게 돼 자산을 몽땅 잃어버리고 한 푼도 건지지 못할 처지가 됐습니다.

아직 영업권 문제가 남아 있지만 체육시설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7조에 따르면 회원제 골프장의 경우 토지와 건물이 매각되더라도 회원 승계를 해야 사업권이 유효하지만 가산노블리제는 퍼블릭이라 회원 승계 의무가 없기 때문에 사업권이 토지 소유자에게 승계된다는 판단이 우세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유진기업의 영업권 획득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유권해석을 내린 터라 주주회원들의 골프장 사수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궁지에 몰린 가산노블리제 주주 회원들은 지난 6일 유진기업과 전면전을 선언했습니다.

유진기업을 상대로 검찰 조사를 요청하고 각종 소송을 전개하기로 했습니다. 유진기업이 가산노블리제를 부실 공사했고 공사비(920억원)를 과다 지출한 의혹을 조사해 달라는 겁니다. 또 포천시에 사업자 명의변경을 신청하면 이를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도 낼 계획입니다.

주주회원들은 골프장이 유진으로 넘어간 뒤 MG손해보험과 메리츠종금증권의 대출 확약을 받고 지난달 후순위채 참여 없는 채무 상환 계획을 유진에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유진기업이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이를 거부했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진기업측은 이미 법원이 정한 기한(지난해 7월)을 넘겨 기다렸음에도 불구하고 채무(475억원)를 갚지 못했으며 낙찰 이후의 제안도 제대로 된 투자보증서 등 책임있는 문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주주들이 골프장을 재인수하려면 취득세 등 추가로 150억원 부채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주주회원들이 골프장을 사수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가산노블리제 사태는 회원권 가격 폭락으로 부도 위기에 몰린 골프장의 회원들에게 ‘모범 답안’으로 통했던 주주회원 대중제가 ‘독을 품은 사과’이었다는 것을 알게 했습니다. 이 사과를 한 입 베어 문 순간 최악의 경우 입회금 가운데 한 푼도 건지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막대한 채무 보증을 떠안은 시공사들은 가산노블리제의 사태를 보면서 회원들을 털어내고 골프장을 인수할 수 있는 ‘묘안’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을 수도 있습니다. 주주대중제를 골자로 한 회생계획안에 동의한 뒤 주주회원들이 채무를 갚지 못할 경우 공매처분을 해 골프장을 인수하면 입회보증금에 대한 부담없이 골프장을 차지할 수 있는 셈이지요.

유진기업과 주주회원들이 가산노블리제에 들인 돈은 서로 엇비슷합니다. 유진기업은 공사대금 등 채권액이 모두 1447억원이고 입회보증금은 총 1680억원이었습니다. 어떤 돈이 더 소중하고 가치가 있다고 아무도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비슷한 금액을 내놓고 한쪽으로 돈이 쏠릴 수밖에 없는 ‘잔인한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 뿐이지요. / to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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