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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먼저인데"...신영증권의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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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연 증권부 기자) 얼마 전 자산운용사 두 곳이 구조가 비슷한 상품을 놓고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비슷한 처지이지만 조용히 아쉬움을 삼키며 입맛만 다시고 있는 증권사도 있습니다. 바로 신영증권입니다.

하나대투증권은 지난해 9월 중국 대표 내수주 10여곳에 집중 투자하는 ‘중국1등주특정금전신탁’을 선보였습니다. 이 상품은 주가연계증권(ELS) 등 일부 상품만 판매되는 요즘 같은 상황에서 빠른 속도로 자금을 끌어모아 화제가 됐습니다. 신탁 상품이 워낙 인기를 끌자 한달 뒤 랩 상품을 출시해 5개월여만에 1200억원 가량을 모았다고 하네요.

헌데 이 상품을 먼저 내놓은 건 사실 신영증권입니다. 금융투자업계에서 ‘중국통’으로 알려져 있는 조용준 전 리서치센터장의 조언을 얻어 신영증권이 ‘중국성장주식신탁’을 출시한 건 지난해 5월입니다. 특정금전신탁은 증권사가 운용의 주체가 된다는 점에서 불완전판매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 규정상 상품광고나 홍보를 하지 못하게 돼 있습니다. 또 신영증권은 원래 공격적인 영업을 잘 하지 않는 증권사여서 일부 관심을 보이는 고객들에게만 상품을 판매하고 있었다고 하네요.

문제는 조용준 센터장이 지난해 8월 하나대투증권으로 옮겨가면서 불거졌습니다. 신영증권과 달리 하나대투증권은 임창섭 사장이 1호로 가입하는 등 ‘1조원 판매’를 목표로 자산가들에게 판촉활동을 벌이면서 단숨에 판매고를 올렸고, 이런 사실이 기사화되면서 본의 아니게 홍보효과까지 누리게 된 겁니다. 이후 하나대투증권의 판매액은 더 늘었고, 수백억원에 그치고 있는 신영증권과의 격차는 더 크게 벌어졌습니다.

신영증권 입장에선 아쉬운 상황이지만 “어쩔 수 없다”는 반응입니다. 규정상 홍보가 불가능한 상품일 뿐더러 경쟁사에서 잘 팔린다고 ‘1호’ 타이틀을 강조하며 영업을 하는 건 '신영 스타일'이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하나대투증권은 의도를 했든 안했든 신탁 상품에 대한 기사가 여러번 나가면서 금융당국의 경고를 받은 상태입니다. 회사 관계자는 “절대 신탁상품을 홍보한 적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네요.

중국 주식에 장기 투자하길 원하는 투자자라면 두 증권사가 판매하는 상품을 꼼꼼히 비교해보고 선택하는 것도 방법일 것 같습니다.

홍보하는 건 불법인 상품이라고 하니 자세한 내용은 증권사 창구를 방문해 보시는 게 낫겠습니다. 하지만 해외투자상품인 만큼 시세차익에도 금융소득종합과세가 부과된다는 점, 작년 12월 이후 중국 주식이 글로벌 주요 증시 중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는 점 등은 감안하셔야 할 것 같네요. (끝)

오늘의 신문 - 2024.05.1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