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후 5시 서울 JW메리어트 호텔 3층 회의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기계산업 관련 단체 및 기업인들이 새해 처음 가진 간담회에서 산업부 관계자는 기자에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간담회 주제발표가 끝난 뒤 기업의 현안, 애로사항 논의하는 시간이었다. “민감한 내용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설명이 곁들여졌다.
이날 간담회는 기계산업인들의 신년 인사회 자리에 앞서 잡혔다. 기계 관련 산업 종사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김에 관계 부처 장관이 격려도 해주고, 업계의 애로사항도 듣는 게 모양새가 좋다는 이유에서다. 기자들에게도 관련 내용을 알리고 보도자료까지 냈다.
기자는 신년인사회 행사 주최자인 기계산업진흥회 측에 사전 취재요청을 했다. 행사 당일 취재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아둔 상태였다. 대략적인 간담회 내용 또한 자료로 받았다. 침체에 빠진 기계산업 종사자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정부에 요구하고 싶은 내용은 뭔지, 정부가 추진하는 ‘창조경제’에 기계산업계가 어떠한 방식으로 기여할수 있을지 등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행사 당일 산업부는 ‘언론이 있으면 불편하다’는 식의 이유를 들어 갑자기 토론회를 비공개로 바꿔 진행했다. “민감한 내용도 없고 목소리를 내는 쪽인 기계산업 관계자들도 가만히 있는데 왜 비공개로 바꾸느냐”고 기자가 항변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20분 가량 이어진 ‘비공개 토론회’는 건설, 공작기계, 금형 등 업종별 기업 경영자들이 업계 건의사항을 전달하고 정부의 창조경제 산업엔진 중점 육성방안에 대한 질의가 나왔다고 전해들었다. 의레적인 내용들이 오고간 것으로 보였다. 산업부 관계자도 나중에 “혹시나 해서 그랬다”고 해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간담회가 열리기 전날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했다. 국민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려 노력했다. 하지만 관계부처 실무자들은 ‘장관님이 불편해 하실까봐’라는 이유로 눈치보기에 급급하는 모습이었다.
소통은 뒷전인듯 보여 씁쓸했다. 개각설(說)이 한차례 휩쓸고간 뒤 대통령이 장관들의 분발을 촉구한 직후여서 더 그랬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