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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공무원들 '별다방' 들어서자 흥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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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심기 경제부 기자) 8일 정부청사가 대거 이주한 세종시에 조그만 ‘소동’이 벌어졌다. 무려 3개월 가까이 기다렸던 스타벅스 세종청사점이 드디어 영업을 개시한 것. 이날 청사 구내식당서 일찍 점심식사를 마친 총리실과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공무원들이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삼삼오오 몰려들었다. 순식간에 줄이 길어지면서 20분 넘게 기다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손에 쥐는 진풍경까지 벌어졌다.

이날 개장한 스타벅스 세종청사점은 지난해 가을부터 입점 예고를 알리면서 화제가 됐었다. 총리실 맞은 편 신축 상가 1층에 스타벅스 로고가 큼지막하게 그려진 현수막이 걸린 것. 당초 한 달이면 내부공사를 끝내고 장사를 시작하지 않겠느냐는 기대에 부풀었지만 해를 넘기자 공무원들 사이에서 탄식이 나오기도 했다.

한낱 커피전문점에 불과한 스타벅스의 입점에 공무원들이 환호하는 것은 세종시의 열악한 인프라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라는 게 공통된 반응. 기재부 관계자는 “청사 주변에 변변한 음식점 제대로 없을 정도로 주변이 황폐한 상황에서 그나마 제대로 된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게 어디냐”고 말했다. 국무조정실의 한 여직원도 “멀티플렉스 같은 문화시설은 커녕 대형마트나 패밀리 레스토랑 하나 없는 세종시의 열악한 인프라때문에 우울증을 앓는 동료도 봤다”며 “그나마 스타벅스가 정신적인 위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당분간 스타벅스 세종청사점은 세종시의 ‘랜드마크’가 될 전망이다. 실제 이날 오후 3시 무렵에는 차로 약 20분 가량 떨어진 세종시 첫마을에서 ‘원정’을 온 주민들이 무단주차한 차량들로 한적하던 도로가 꽉 차기도 했다.

반면 스타벅스의 출현으로 그동안 청사내에서 스타벅스의 절반도 안되는 가격에 커피를 팔아온 동원그룹 계열 S커피전문점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의 한 간부는 “청사 구내식당에서 3000원짜리 밥을 먹고 이보다 배 이상 비싼 커피를 마시는 직원들 때문에 혹시 ‘된장녀’ 논란이 벌어지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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