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연합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저축은행중앙회 등 금융권 각 부문의 협회사들이 행사를 준비합니다. ‘범금융권’ 행사인 만큼 참석 인원만 매년 1000명이 넘을 정도지요.
그래서 범금융기관 신년인사회는 언제나 시끌벅적합니다. 분위기도 무척 좋습니다. 연말 인사 태풍 속에서 살아남은 임원들과 처음으로 임원급으로 승진한 사람들이 모인 자리이니 분위기는 더욱 들뜰 수밖에 없지요.
참석자들도 쟁쟁합니다. 지난 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올해 행사엔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박병석 국회부의장, 김정훈 국회 정무위원장, 박병원 은행연합회장,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신제윤 금융위원장,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등이 나와 인삿말을 했습니다.
그런데 다들 너무(?) 반가웠던 탓일까요. 현 부총리가 축하인사를 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았는데 참석자들은 그의 말에 집중하기가 힘들었나 봅니다. 현 부총리의 인삿말을 기억하는 이가 없을 정도니까요. 이때 보다 못한 금융권 큰형님인 박 회장이 중간에 벌떡 일어나더니 단상의 마이크를 잡고 호통치기 시작했습니다..
“여러분 은행연합회장입니다. 부총리님과 국회 부의장님께서 말씀을 하실 때는 좀 조용히들 하세요."
순간 다들 입을 다물었지요. 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분위기가 썰렁해지진 않았습니다. 다들 담임 선생님께 혼난 고등학생들 마냥 키득키득 웃음을 참았고, “저 형님은 저런 말씀하셔도 기분이 안나빠”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려왔습니다.
박 회장의 훈계말씀에 이어 박 부의장이 마이크를 잡았을 땐 조금 숙연해지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이어 김 위원장이 단상에 나서니 다시 시끄러워졌지요. 이때 김 위원장이 웃으면서 다시 한마디를 했습니다. “정무위원장이 얘기할 때도 좀 조용해 주세요."
아무튼 이렇게 시끄러운 와중에서도 다들 인삿말을 무사히 끝냈고 각 금융회사의 경영진들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며 상호간에 덕담을 주고 받으며 자리는 마무리 됐습니다.
아마 이들은 1년 후인 2015년 1월에 다시 만나겠지요. 그때도 분위기는 이번 행사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참석자들은 다시 있을 인사 태풍에서 생존한 이들로 달라지겠지만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