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롱쇼트 전략(저평가된 주식 현물을 사고 고평가된 선물을 팔아 절대 수익을 추구)을 기본으로 쓰되 향후 기업공개(IPO) 시장에 상장할 예정인 기업 중 상승 기대감이 높은 종목에도 투자합니다. 마지막으로 매월 말 주식에 투자한 다음 그 다음달 바로 매도하는 월말효과 전략(TOM)을 병용하지요.
A사와 경쟁 관계인 B사는 한달 반 이후인 작년 말 사실상 똑같은 펀드를 내놨습니다. ‘롱쇼트-IPO-월말효과’ 등 3가지 전략을 활용하는 중위험·중수익 펀드였죠. 매년 8% 이상의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게 목표입니다.
A사는 유리자산운용이고, B사는 하이자산운용입니다. 틈새 시장을 잘 공략하는 대표적인 중소 운용사들입니다.
먼저 이 상품을 선보인 유리운용은 발끈했습니다. 한 달여 빨리 상품을 내놨는데, 어떻게 똑같이 베낄 수 있느냐는 것이죠. 상품 이름도 비슷하다고 합니다. 유리운용 펀드 이름은 ‘트리플 알파’, 하이운용은 ‘플러스 알파’를 각각 붙였지요.
문제는 유리운용이 이 상품 홍보를 거의 하지 않았던 반면 하이운용은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섰다는 겁니다. 유리운용 측은 “일단 좋은 상품을 내놓고 성과만 좋으면 고객들이 알아줄 것으로 생각했다. 하이운용 측이 상품을 베끼고서 사과 한 마디 없는 것은 유감”이라고 전했습니다.
하이운용의 입장은 다릅니다. 하이운용 관계자는 “자세히 알아보니 펀드 판매창구인 모 증권사에서 이런 구조로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 ‘기획 상품’이더라. 엄밀히 말하면 판매사의 아이디어인 것이다. 유리운용이 배타적 사용권 운운하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시장엔 다양한 아이디어가 있다. 기아차가 박스카 쏘울을 내놨는데, 닛산 튜브와 비슷하다고 해서 기아차가 베꼈다고 말할 수 있느냐. 쏘울은 박스카의 한 종류인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유리운용 측에서도 당초 아이디어가 판매사 쪽에서 나왔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구요.
각 금융 관련 단체에선 회원사간 창의성을 유도하기 위해 ‘배타적 사용권’을 자율적으로 부여합니다. 금융투자협회에선 1개월에서 최장 6개월까지 주지죠.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신상품 심의위원회에서 배타적 사용기간을 얼마로 할 지 결정합니다.
그런데 유리운용과 하이운용 측의 다툼은 누구 잘못이라고 말하기 쉽지 않습니다. 처음 아이디어 자체가 판매사에서 나왔으니까요. 배타적 사용권을 주장하기에도 이견이 나올 법 합니다. 물론 유리운용이 ‘최초’ 개발사인 것은 맞지만요.
투자자 입장에선 똑같은 구조의 두 상품이 수익률 차이를 얼마나 벌일 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겠군요. 투자 전략이 같아도 매수·매도 타이밍과 포트폴리오 구성, 보수 수준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