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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가 제약 기업인들의 사관학교가 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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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호 중소기업부 기자) 제약업은 국내 산업 중에서는 ‘오너십’이 가장 견고한 분야 중 하나입니다. ‘활명수’로 유명한 국내 최장수(117년) 제약사인 동화약품을 비롯해 회사 연혁이 50~60년에 달하는 회사가 수두룩한데요. 대다수 장수 제약사들이 2·3세로 경영권이 넘어가는 과정을 거치면서도 기업주 경영체제를 모두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내 제약사 오너 중에는 유독 서울의 한 고등학교 동문들이 많습니다. 68년 전통의 서울고입니다. JW중외그룹의 창업 2세인 이종호 회장과 아들 이경하 부회장은 부자가 서울고 동문입니다. 유승필 유유제약 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한승수 제일약품 회장, 이한구 현대약품 회장, 장흥선 전 근화제약 회장과 윤도준 동화약품 회장(창업 3세)이 서울고 선후배 사이입니다. 전문경영인 가운데는 이종욱 대웅제약 사장이 서울고 출신입니다.

동문이지만 같은 업종에 있다 보니 가끔 만나는 자리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신경전도 있다고 합니다. 얼마 전 제약업계 후발주자이자 후배인 A사 회장이 고교 선배인 B사 회장에게 훈수를 뒀다가 분위기가 썰렁해졌다고 합니다. A 회장이 “형님 회사는 우리 회사보다 훨씬 먼저 생겼고 잘 나갔는데 요즘은 예전같지 않다. 너무 신중한 것 아니냐”고 얘기했더니 B 회장의 얼굴이 붉어졌다고 합니다.

왜 서울고 출신 오너들이 많은지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학풍과 관련이 있다는 의견이 설득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서울고 출신인 이종욱 대웅제약 사장의 설명이 그렇습니다.

“당시 경기고를 희망하던 학생들은 사법고시나 행정고시를 통해 관으로 진출하거나 교수 등 학자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반면 서울고는 대학진학도 상경대 비중이 높을 정도로 학풍이 비지니스 친화적인 면이 있었다. 아무래도 그런 이유 때문이지 않나 싶다." (끝)

오늘의 신문 - 2025.02.01(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