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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억 증자·부회장 퇴진..KTB운용에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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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길 증권부 기자) 우량 운용사인 KTB자산운용이 요즘 이상합니다. 겉으론 평온해 보이지만 물밑에서 부산한 백조를 연상케 합니다.

KTB운용은 어제 갑자기 증자를 단행했다고 공시했습니다. 의결권이 없는 배당우선주 108만 주를 발행해 162억원 조달한다는 겁니다. 현재 자본금이 166억원인 만큼 꽤 큰 액수입니다. KTB운용의 대주주는 KTB증권(90.12%), 장인환 부회장(3.67%), 소액주주(6.21%)로 구성됐는데, 결과적으로 KTB증권만 증자에 참여했습니다. KTB운용은 150억원(100만주)를 조달했지요.

KTB운용의 자산총계는 500억원에 육박하고, 매년 수십 억원의 순익을 냅니다. 무언가 자금을 급하게 조달해야 할 사정이 발생한 것이죠.

같은 날 KTB운용은 장인환 부회장(54·사진)이 등기임원 및 대표이사직을 사임한다고 발표했습니다. KTB운용을 창업해 15년간 이끌어온 수장이 물어난 겁니다.

잘 나가던 KTB운용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요?

원인은 지난 13일의 법원 1심 판결입니다. 서울중앙지법은 삼성꿈장학재단과 포스텍을 상대로 각각 500억원씩 부산저축은행에 투자할 것을 부당 권유한 혐의로 기소된 장 부회장과 KTB운용에 벌금 1억원씩을 선고했습니다.

그 유명한 ‘부산저축은행’ 투자를 적극 권유하면서 ‘대박, 완벽하게’ 등의 표현을 쓴 게 잘못이란 겁니다. 중요한 것은 이번 판결이 형사소송이었다는 겁니다. 별건으로 진행되는 민사 소송에서도 패소 확률이 매우 높아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손해배상 청구금액이 자그마치 1000억원인 만큼, 판결 결과에 따라 KTB자산운용의 운명이 좌우되게 생겼습니다.

KTB운용은 이와는 별도로 중앙부산저축은행에 대한 투자 손실을 돌려달라는 민사소송 2건(합산액 52억원)도 진행 중입니다.

KTB운용은 소송 충격에 대비하려고 단계적인 증자를 통해 충당금을 쌓고, 경영진 인사조치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있는 걸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그나저나 장 부회장은 참 안타깝습니다. 1990년대말 ‘바이코리아 펀드’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주인공인데, 어찌된 연유인지 부산저축은행과 잘못 엮이면서 명예를 잃게 됐네요. (끝)

오늘의 신문 - 2025.01.2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