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시장 최대 고객군으로 꼽혀온 한진 동부 현대 등 굴지의 대기업들이 채권단의 서슬퍼런 압력에 못이겨 알짜 계열사까지 쪼개서라도 팔아야 할 처지이니,어쩌면 자연스런 현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두가 매물인 시장의 불균형에서 기업들을 옥죄는 불황의 엄혹함을 읽는다면 조금 과장된 표현일까요?
그런데 이런 상황을 반색하는 곳도 있다니 흥미롭습니다. 다름아닌 ‘인수 실사' 서비스입니다. TS(Transaction Service)로 불리는 이 팀은 회계법인,혹은 로펌 등에 소속돼 있는 데, 쉽게 말해 물건을 꼼꼼히 살펴보고 적정 가격을 매기는 일이 주역할입니다. 자금동원과 재무분석 등을 전반적으로 담당하는 FAS(Financial Advisory Service)팀과 함께 M&A프로세스 첫단의 핵심 축을 맡는다는 게 이쪽 업계의 설명입니다.
인수희망자가 매물을 실제 사든 말든 제대로 ‘물건’을 들여다 보려면 무조건 TS팀을 부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M&A 인수후보로 이른바 ‘숏리스트(short list)’에 들든지, 최종 매매가 성사돼야만 성공보수로 큰 돈을 벌 수 있는 회계팀이나 법률팀보다는 ‘먹을 기회'가 상대적으로 더 많은 셈입니다. 한 외국계 회계법인 TS담당 이사는 이렇게 요즘 근황을 전하더군요.“11월 부터인가? 실사 요청이 갑자기 쏟아져 들어오는데,정신이 다 없을 정도다. 이 일을 한 10년 쯤 했는데,올해가 압권이다."
물론 이 팀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회계법인의 실사팀도 눈 코 뜰 새 없는 연말을 보내긴 마찬가지라는 전언입니다. 이미 이달 초에 내년 1분기 물량까지 모두 확보했다고 하니, 과연 외환위기 이래 최대의 M&A시장이 서긴 섰나 봅니다. 있는 실적,없는 실적 ‘박박'긁어 모으고, 개중엔 ‘밀어내기'유혹까지 느끼는 영업맨들 입장에선 한숨이 나올 법한 이야기죠.
더욱이 시간당 40만~50만원 선의 ‘time charge’로 품삯을 받는다니, 연말 보너스가 나오니 안나오니 조마조마 기다리는 샐러리들의 입맛은 씁쓸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 샐러리맨들이 M&A시장에 나온 기업에 속한 경우라면야 더욱 그렇겠죠. 비정한 ‘시장의 생태(生胎)’를 새삼 곱씹게 하는 요즘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