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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LIG손해보험 욕심은 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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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금융부 기자) “뒷말이 나올까봐 무서워서 입 단속하기 바쁩니다.” “이렇게 큰 딜(deal)을 추진하는 걸 보니 아프다면서 실제 경영 지시는 다 하더라는 얘기가 분명히 나올 겁니다.”

요즘 한화그룹 임직원들은 내년 경영 전략과 사업 계획에 대한 얘기는 입 밖으로 꺼내지도 않습니다. 생명보험업계 ‘빅3’ 중 한 곳인 한화생명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각 기업들이 앞다퉈 새해 포부와 목표를 밝히는 것과는 대비되죠.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지난 26일 검찰은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서 회사와 주주들에게 수천억원대 손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게 징역 9년에 벌금 1500억원을 구형했습니다. 1, 2심에서와 같은 구형량입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큰 동요는 없었지만 한화그룹은 침통한 분위기에 빠져있습니다. 종전보다 형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컸거든요.

사실 한화그룹은 최근 시장에 매물로 나온 LIG손해보험 인수에 굉장히 관심이 높습니다. 한화생명을 앞세워 한화그룹이 LIG손해보험을 인수한 뒤 한화손해보험처럼 한화생명의 자회사로 두겠다는 계산이지요.

한화그룹은 2000년대 들어 대한생명(현 한화생명)과 신동아화재(현 한화손해보험)를 잇따라 인수해 금융업을 그룹의 새로운 성장축을 만들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보험업의 중장기적인 사업성과 가치에 대한 긍정적인 내부 평가를 갖게 됐습니다.

그룹 한 관계자는 “보험사는 당장 업황이 어렵더라도 10년 이상 길게 봤을 때 분명히 투자 가치가 있다는 게 내부의 중론”이라고 말하더군요. 특히 아직 시장점유율이 미미해 손해보험업계 6위에 그치고 있는 한화손해보험은 LIG손해보험을 인수하면 단숨에 2위로 올라설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ING생명 인수를 추진했던 한화생명은 ING생명 인수가 불발되면서 1조5000억~2조원에 달하는 자금 여력이 있는 상태입니다. 인수 자금 부담도 적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한화그룹은 이런 생각이 시장에 알려지면 혹시나 김 회장에 대한 여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봐 굉장히 조심스러워하고 있습니다. 김 회장은 이번 결심공판 때도 건강상의 이유로 마스크를 쓰고 침대에 누운 상태로 재판에 임했거든요. 일단 내년 초 김 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선고가 내려지기 전에는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을 비롯한 한화생명 전 임직원의 외부 공식적인 활동도 최대한 자제하라는 지침이 내려졌다고 합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보 수집이나 투자은행(IB)과 접촉 등 모든 준비 과정을 티 안 나게 조용하게 해야 하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하네요. (끝)

오늘의 신문 - 2024.06.29(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