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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참모진 인물탐구(4)=조원동 경제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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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태 정치부 기자) 청와대 참모진 중 바쁘지 않은 사람이 없지만, 조원동 경제수석 만큼 바쁜 사람은 없을 겁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요즘 경제를 최우선으로 챙기는 데다, 소관 분야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각종 이슈들이 터지고 있기 때문이죠.

조 수석이 관장하는 분야는 A부터 Z까지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성장률 고용 물가 등 거시경제 이슈에서부터 기업 투자, 일자리 창출, 서비스산업 선진화, 기업 구조조정, 경제민주화, 금융, 부동산, 원전, 쌀 가격 등 끝이 없습니다. 하다 못해 밀양 송전탑 문제도 조 수석이 챙겨야 할 이슈입니다. 최근 철도 노조 파업도 공기업 민영화 이슈이니 만큼 조 수석의 관심사입니다. 그래서인지 수석비서관회의를 할 때마다 항상 조 수석의 보고꺼리는 넘쳐납니다.

<가장 신임받는 참모 중 한 사람>

조 수석은 30년 넘게 내공을 쌓은 경제관료 답게 모든 이슈에 막힘이 없습니다. 대통령이 어떤 질문을 던져도 ‘그건 이런 측면과 저런 측면이 있는데, 이런 방향으로 풀어가는 게 좋겠습니다’라는 식의 명쾌한 답변을 내놓는다고 합니다. 그런 만큼 참모진 중 대통령의 신임이 꽤 두터운 축에 속한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얘기입니다.

이런 조 수석도 대통령에게 ‘깨진’ 경우가 없지 않습니다. 한번은 쉬는 토요일 오전에 대통령한테 이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박 대통령 : “그건 제가 인수위 때부터 그렇게 강조했던 건데, 금융위에서 왜 그렇게 보고서를 올렸나요?”

조 수석 : “아..그 문제는...제가 다시 알아보고 보고드리겠습니다.”

박 대통령이 ‘그건’이라고 했던 것은 금융소비자보호원 얘기입니다. 금융감독원에서 분리해 설립하려던 금소원과 관련, 금융위에서는 반대논리를 담아 별도 분리하지 않는 쪽으로 보고서를 올렸고, 조 수석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인데, 퇴짜를 맞은 것이죠.

하지만 조 수석은 깨질 때 오히려 신이 난다고 합니다. 경제 분야 이슈들에 대에 대통령이 분명한 관점을 갖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고, 특정 이슈에 대해 대통령의 생각을 제대로 알 수 있는 계기도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몇 번의 말실수>

챙기는 분야 이슈가 많은 탓에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일하는 춘추관에도 브리핑 하러 자주 내려옵니다. 너무 자주 모습을 보여 ‘또와 수석’이란 별명이 붙기도 했죠. 자주 얘기하다 보니 ‘사고’도 여러번 터졌습니다. ‘한은이 금리를 내려주면 좋다’(4월3일 브리핑 도중), ‘관치에도 좋은 관치가 있다’(6월13일 브리핑 도중)는 등의 발언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이는 브리핑 당시 기자들과의 대화내용중 특정 부분만 약간 과장되게 전달되면서 증폭된 측면이 없진 않습니다. 그래서 조 수석 본인은 “본의가 약간 왜곡됐다”고 섭섭해합니다.

사실 춘추관에는 경제부를 거친 기자는 소수이고, 대부분 정치부 경력을 가진 기자들이 많습니다. 경제 관련 이슈도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려고 하기보다는 특정 발언과 멘트만 떼어 내 공격하는 습성이 강합니다.

조 수석을 공격할 때 자주 인용되는 ‘거위 털’ 발언도 이런 차원에서 터진 것입니다. 지난 8월말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샐러리맨 지갑털기’라는 비난이 기세등등했을 때 조 수석은 춘추관을 찾아 기자들과 얘기를 나누던 중, “거위가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깃털을 살짝 빼내는 식으로 세금을 거두자는 것이 세제개편안의 속뜻”이라는 식의 발언을 했습니다. 사실 이 멘트는 과천 경제부처를 출입했던 기자들에게는 귀에 익은 표현입니다. 세제관료들 사이에선 ‘세금은 가랑비 옷 젖듯이 걷어야 한다’는 말처럼 자주 쓰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경제부 기자들과의 사석에서 오갈 만한 얘기를, 아주 민감한 시기에, 그것도 그런 말을 처음 듣는 정치부 기자들 앞에서 했으니 딱 걸린 셈이죠. 어쨌든 평소 치밀하고 주도면밀한 경제관료라면 발언의 파장이 어떨 지도 충분히 계산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조 수석한테 1차적으로 책임이 있었다는 것은 본인도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조 수석에 대한 오해>

새 정부 초대 경제팀이 짜여질 때 ‘현오석-조원동’ 라인에 대해 이러저런 평이 많았지만, 조용한 성품에 우회적인 표현을 즐기는 현오석 부총리에 비해 이슈 파이팅이 강하고 돌직구 스타일인 조 수석의 존재감이 더 클 것이란 예측이 있었습니다. 실제 새 정부 들어 추경예산 편성과 성장률 하향조정 등 일련의 정책조율 과정에서 그런 측면이 없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기획재정부에서는 부총리가 돋보여야 하는데, 경제수석이 너무 나서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팽배했습니다. 금융위원회 공무원들도 조 수석이 너무 세세히 간섭해 힘들다는 불만이 많았습니다. 이런 불만들 탓인지, 조 수석에 대해 ‘어디어디 인사에 개입했다더라’, ‘무슨무슨 일에 연루돼 교체된다더라’ 등의 마타도어성 뜬소문도 끊이질 않았죠.

조 수석을 잘 아는 관료들은 그에 대해 ‘목표지향적’이란 말을 많이 합니다. 기재부 한 관료는 “목표를 정하면 물불 안가리고 앞만 보며 달려가는 스타일”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일이 주어지면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집요하게 매달리는 성격이라는 것이죠. 때문에 주위 동료와 선후배들 사이에 불필요한 오해를 사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조 수석은 이런 주변의 시선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군요.

요즘 경제수석으로서의 ‘조원동’의 모습은 딱 이것입니다. 조 수석은 박 대통령의 제시한 미션을 완수하겠다는 로열티가 아주 강합니다. 미션을 달성하는 데 경제팀의 다른 멤버들이 부족하다면, 본인이라도 나서서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똘똘 뭉쳐있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 본인의 의도와 무관하게 ‘너무 나선다’는 오해가 생기고, 억측이 난무하고 있는 듯 합니다.

<강만수와의 악연>

조 수석은 2007년까지만 해도 ‘잘나가던’ 경제관료였습니다. 경제기획원 출신 답게 아이디어가 풍부한데다 합리적이고 일처리가 꼼꼼해 후배들로부터 존경받는 상사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노무현 정부의 권오규 부총리 시절에는 재경부의 핵심요직인 경제정책국장과 차관보를 내리 꽤찼습니다. 오죽하면 ‘권 부총리가 조원동만 편애한다’는 시샘까지 나올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런 조 수석이 지난 정부에서는 철저히 소외를 당합니다. 이명박 정부 실세 장관이던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악연에서 비롯됐는데, 그와 강 전 장관 사이 악연에 대해선 여러가지 얘기들이 많지만, 조 수석 본인에 따르면 경제를 보는 기본 관점의 차이도 컸다고 합니다.

특히 ‘MB노믹스’(이명박 정부의 경제철학)의 한 축이었던 ‘감세’를 놓고 이를 주도했던 강 전 장관에 반기를 들었던 것이 물을 먹은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사실 둘은 출신 성분이 다른 만큼(각각 재무부와 경제기획원 출신) DNA부터 다릅니다.

아무튼 강만수의 선택을 받지 못한 조 주석은 MB 정부 5년 동안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차관급), 한국조세연구원장으로 ‘변방’만 돌았습니다. 그와 경기고 동창이자, 고시 동기인 최중경 전 수석이 강 전 장관의 총애를 받아 기재부 차관-경제수석-지경부 장관 등으로 승승장구한 것과는 아주 대조된 행보였지요.

그러다 새 정부 들어 경제팀의 핵심 멤버인 경제수석으로 부름을 받았으니, 본인 역시 마음껏 실력을 발휘해보고 싶은 욕심이 강합니다. 조 수석은 언젠가 사석에서 “나라고 욕심이 없겠냐. 경제관료를 30년 이상 했으니 나도 ‘조원동표 정책’을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하지만 청와대 비서는 대통령을 빛나게 하고 내각을 서포트하는 게 1차적인 역할이니 여기에 최선을 다할 작정”이라고 했습니다.

<너무 진지한 스타일>

완벽에 가까운 치밀하고 꼼꼼한 일처리는 조 수석의 트레이드마크이지만, 너무 진지한 스타일은 그의 단점으로 꼽힙니다. 가령 경제를 좀 아는 기자들은 그와의 저녁자리가 지겹다는 생각을 안합니다. 워낙 들을 얘기가 많기 때문이죠. 하지만 경제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정치 기자들은 그를 만나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시종일관 진지한 자세로, 어려운 강의만 이어가니까 말이죠.

심지어 지금은 민간으로 나왔지만, 조 수석한테 고시로는 몇년 선배가 되는 모 전직 관료조차 이런 얘기를 한 적 있습니다. “조 수석이 경제정책국장하던 시절, 골프를 친 일이 있는데, 18홀 내내 성장률이 어떻고, 물가가 어떻고 이런 얘기만 해서 지겨워 죽는 줄 알았다.” 동종 업계 관료들도 이 정도이니 경제를 어려워하는 정치부 기자들한테는 오죽할까요.

<수석 이후 다음 자리는?>

역대 정권을 보면 경제수석이란 자리는 ‘본전’을 하기도 쉽지 않은 자리입니다. 특히 정치인 출신 대통령들은 관료에 대해 기본적으로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탓에 조금만 삐끗해도 무능력하다고 공격당하기 일쑤입니다. 모 정권의 초기 경제수석을 지낸 인사는 업무 스타일이 대통령 눈밖에 나 찍힌 이후로 정권 내내 귀양살이를 해야 했습니다.

이전 정부에서 경제수석을 지낸 모 인사는 기자와의 사석에서 “경제수석으로 임명해놓고 3개월 동안 눈길도 주지 않아 ‘내가 일을 잘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자책감에 마음고생이 꽤 심했다”고 털어놓은 적도 있습니다.

조 수석은 업무 능력이나 일하는 스타일, 품성 등에서 박 대통령이 좋아할 만한 참모에 속합니다.

더구나 박 대통령은 자기를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일하는 전문성 있는 관료를 중용하는 편입니다. 이런 점에 근거하면, 조 수석은 언제일 지 모르지만, 청와대 참모를 떠난 이후라도 내각에 기용돼 이 정권의 남은 기간 승승장구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시리즈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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