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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곳없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의 추운 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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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연 증권부 기자)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치는 금융투자업계에서 특히나 더 힘든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리서치센터를 책임지고 있는 센터장들입니다. 증권사들이 구조조정에 나설 때 1순위로 떠오르는 대상이 바로 리서치센터죠. 눈에 드러나는 실적은 없는데 비용만 써대는 조직이라는 인식 때문입니다.

특히나 올해는 상대적으로 무풍지대였던 리서치센터장들이 줄줄이 밀려나고 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비용절감과 구조조정의 총대를 맸을 리서치센터장들이 오히려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격입니다.

이달 들어 사의를 표명한 오성진 현대증권 센터장과 최석원 한화증권 센터장을 포함하면 올 들어 리서치센터장이 바뀐 증권사는 줄잡아 10여곳에 이릅니다. 리서치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국내 증권사 36곳 중 4분의 1이 넘는 숫자네요.

본인이 수장을 맡고 있는 조직에 칼을 들이대야한다는 부담감과 솔선수범(?)을 요구하는 무언의 압박이 사임 이유로 꼽힙니다. 스타 애널리스트일 경우 4억~5억원에 달하던 리서치센터장들의 연봉은 2억~3억원 선 아래로 낮아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일반 애널리스트들에 비해서는 높은 수준이죠. 여러 명을 쳐내는 것보다 센터장 한 명이 그만두는게 효율성 측면에서 낫다는 계산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그만둔 센터장들이 갈 곳을 찾기도 ‘하늘의 별따기’가 됐습니다. 예전엔 센터장을 그만둬도 다른 증권사에 스카우트 돼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은 그만두면 닭집이라도 차려야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입니다. 실제로 올해 그만둔 10여명의 센터장들 중 자리를 옮긴 센터장은 하나대투증권의 조용준 센터장이 유일합니다.

한 중견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대부분의 센터장들은 애널리스트로 시작해 리서치센터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라며 “경험이 없는 탓에 다른 보직으로 이동하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습니다. 한우물만 판 전문성이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분위기가 자칫 리서치센터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인사이트가 있는 베테랑일수록 몸값이 높아 구조조정 대상이 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후임을 맡은 업종 애널리스트나 이코노미스트 출신 리서치센터장들도 물론 해당 분야에서는 전문성을 갖춘 분들입니다. 하지만 자산영업전략의 큰 그림을 그려내기엔 경험이 부족한 것도 사실입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6.22(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