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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의 반박 "교황은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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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목 국제부 기자) 자본주의에 대한 교황 프란치스코의 비판이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달 저술한 저서 ‘복음의 기쁨’에서 “완전한 자유방임 시장과 투기로 인해 불평등이 발생한다”며 “(자본주의가) 시장을 감시하고 통제해야 하는 국가의 권리를 묵살하는 ‘새로운 독재’가 됐다”고 비판했습니다. “소수의 부자와 다수 가난한 이들 사이의 소득격차가 커지고 있다. 이같은 불평등은 시장의 자유와 금융 투기를 보호하는 이데올로기 때문”이라고 하기도 했죠.

“마르스크스주의자 아닌가”라는 손가락질도 있었지만 상당수는 교황의 지적에 동의하는 분위기입니다. 금융위기 이후 어려움에 빠졌던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불평등 관련 지표가 악화된 것이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체계적인 반론도 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4일 ‘교황은 불평등에 대해 틀렸다’는 제목으로 한 면을 펼쳐 반박했습니다. “선진국 내의 불평등은 악화됐을지 모르지만 세계 전체로는 소득격차가 좁혀졌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2002년부터 2008년 사이 세계 지니계수(낮을수록 평등도가 높음)가 산업혁명 이후 처음으로 떨어지는 등 불평등 문제는 교황의 인식과는 반대로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죠.

예상할 수 있는 바와 같이 신흥국의 경제발전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첨부된 그래프를 보시면 세계인의 소득수준을 줄 세웠을 때 거의 가운데 자리한 중국과 인도의 중산층은 1988년부터 20년 동안 가장 큰 폭의 소득 증가율을 기록했습니다. 거의 80%에 이르는군요. 그래프를 살펴보면 선진국 국민과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적지 않은 소득 증가를 기록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그래프를 들여다 보면 20년간 부자들의 소득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도 사실입니다. 많은 선진국 국민들의 전반적인 소득이 뒷걸음질 친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극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죠. 아르헨티나 출신이기는 하지만 지금은 주로 이탈리아에서 거주하는 교황의 눈에 이같은 불평등이 더 크게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가난한 이들에 대한 성하의 애정은 충분히 이해하더라도 사실관계가 틀린 것은 틀린 것이죠. 자본주의는 과거는 물론 지금도 세계를 더 풍족하게 하고 있고 전세계적 불평등은 최근 들어 오히려 줄어들고 있습니다. 합해서 25억에 달하는 중국인과 인도인들이 빈곤에서 자유로와지고 있고 이같은 해방의 물결은 인도네시아 등 다른 신흥국과 프론티어마켓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에서 제조업 등 산업이 부흥하면서 선진국에서는 양질의 일자리가 좀 줄었을 겁니다. 그렇다고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의 문제를 확대하고 부정하는 것은 지나치게 서구적인 시각일 수 있습니다. /autonomy@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5.17(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