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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창(槍), 김민기 의원의 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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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태 정치부 기자,국회반장) 24일 국회에서 열린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과 이성한 경찰청장을 불러놓고, 철도노조원 체포를 위해 지난 22일 민주노총 사무실에 진입한 경위등에 대한 현안보고를 듣기 위해 긴급 소집됐다. 이날 회의는 사상초유의 파업사태와 정부의 공권력행사에서 철저히 배제된 민주당 의원들의 ‘한풀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생방송으로 중계되는 이날 회의장면을 지켜보고 있으면, 생경스럽기까지 하다. 민영화에 반대하는 철도노조 입장에 동조하는 듯한 민주당 의원들이 작심하고 이 청장을 속된말로 ‘조지고’ 있어서다. 5000명의 병력을 동원해 몇명 노조원도 검거를 못한다면 국민이 어떻게 경찰을 믿고 살겠느냐는게 요지다.물론, ‘체포하지도 못할 거면서, 압수수색영장없이 강제 구인에 나선 것’을 에둘러 비판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알지만, 너무 뻔한 질책이 계속되자 절로 하품이 나왔다. 이 때 민주당 ‘창(槍)’으로 불리는 김민기 의원이 나섰다. 김 의원은 지난 8월 국정원 국조특위(국정원 댓글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증인선서까지 거부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상대로 초지일관 모르쇠로 일관했던 방어논리를 뚫으면서 민주당의 대표적인 ‘창’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김 의원은 이날 이 청장에게 노조집행부 검거에 1계급 특진을 내건 배경을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이어 “1계급 특진은 살인, 강도, 간첩검거 등의 중대범죄에 대한 포상 아닙니까”라는 두번째 질문을 받고서야 이 청장은 비로소 상황파악을 했다.

숨돌릴틈도 없이 김 의원은 “파업한 노조 집행부가 간첩이나 살인자 수준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의원들조차 국가의 법집행이나 공권력 행사를 부정하기는 쉽지 않다. 앞서 민주당 의원들이 본질에서 벗어난 검거실패 문제를 집중거론,‘경찰무능’을 질책하는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다. 김 의원은 검거실패후 1계급 특진을 포상으로 내걸 수 밖에 없었던 경찰의 조급증과 그로 인한 헛점을 파고들며, 철도파업 집행부에 대한 과잉검거를 전혀 다른 각도에서 지적하면서 여론의 동정심을 이끌어냈다.

이에 이 청장은 “1계급 특진은 주요범인 검거나 사회적으로 큰 기여를 했을때 시키고, 간첩은 중요사건에 들어간다”며 “(철도노조파업도)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국가기간망과 관련돼 중요사건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 의원과 이 청장중 누구 발언이 설득력이 있는지는 독자제위께서 판단할 부분이다.

지난 11월 5일 국방부 정보본부(DIA) 국정감사. 김 의원이 정보위원장을 상대로 한 질문 하나로 국방부가 벌집을 쑤셔놓은 듯 들썩거렸다. 김 의원은 정보본부장에게 “남북이 1대 1로 싸우면 누가 이기냐”고 물었다. 이에 국방 정보본부장이 “한미 동맹이 합쳐서 싸우면 월등히 이기지만, 남북이 1대 1로 붙으면 진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곧바로 “우리 국방비가 북한의 몇배냐”고 되물었고, 정보본부장은 “34배가량 많다”고 답했다.

국방비가 34배나 많은데, 북한과 ‘맞짱’뜨면 진다는 정보본부장의 발언 파문은 컸다. 현장에서 의원들의 비난도 빗발쳤다.

당황한 정보본부장은 “전투력으로 열세라는 거다.우리 군 장비의 성능과 화력은 월등하다.하지만 우리 수도권을 타격하기 위한 북한 비대칭 전력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고 수습을시도했다. 하지만, 그의 부적절한 표현 뿐만 아니라 모호한 발언이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다.나중엔 국방부 장관까지 해명에 나섰을 정도다.

지난 8월 국정원 국조특위에서도 김 의원의 활약이 돋보였다. 국조특위 핵심증인인 김 용판 전 서울청장의 12월 15일 청와대 근처의 오찬 행적을 문제 삼아, 누구와 무엇때무에 식사를 했는지 집중 추궁 한 것. 김 전 서울청장은 이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쩔쩔 맸으며, 국조특위는 그의 오찬 참석자및 목적에 포커스를 맞추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특위의 주도권도 야당으로 넘어갔다.

12월 15일 김 전 서울청장의 오찬회동은 시기적으로 민감할 수 밖에 없다. 다음 날인 12월 16일에 대선 마지막 TV토론이 있었고, 김무성 당시 박근혜캠프 총괄선대본부장이 기자들과 오찬에서 ‘댓글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으며, 경찰이 밤 11시 같은 내용의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김용판 전 청장이 전날인 12월 15일 청와대 근처 식당에서 누군가와 4시간 동안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 은폐를 모의했을 가능성이 크다는게 당시 김 의원의 추론이었다.

김현, 진선미 의원의 대타 자격(새누리당측이 두 의원의 자격미달을 집중 요구했음)으로 뒤늦게 참여한 김 의원은 김 전 서울청장의 오찬에 대한 의혹 제기 한 번으로 국조특위 최고 스타가 됐다.(끝)

오늘의 신문 - 2024.03.29(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