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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사' 제작진이 놓친 시티폰 '쪽박'의 한가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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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연 증권부 기자) 케이블 드라마 ‘응답하라 1994’가 전작인 ‘응답하라 1997’에 이어 연타석 홈런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잊혀졌던 추억을 꺼내게 만드는 철저한 고증(?)이죠. 같은 세대를 살아온 기자도 애청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입니다.

지난주부터 등장한 ‘시티폰’도 추억의 아이템 중에 하나입니다. 대학시절 우연찮게 손에 넣은 시티폰을 들고 다니며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던 기억이 나네요. 안테나 뜨길 기다리며 ‘공중전화 찾아 삼만리’를 해야한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전까진 꽤나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던 히트상품이었죠. 하지만 PCS폰이 등장하면서 자취를 감추기까지 걸린 시간은 채 2년이 안됐었던 거 같습니다.

드라마 속 주인공의 부친인 성동일 서울쌍둥이 코치도 ‘혜성처럼 등장한’ 시티폰에 꽂혀 거액을 투자했다 결국 날려먹었죠. 성동일씨가 주식투자엔 꽤나 일가견이 있었나 봅니다. 당시 제일 잘나가던 대우그룹 주식에 투자해 쏠쏠한 재미를 봤다는 설정이 등장하거든요. 보너스에 투자차익을 더해 5000만원을 시티폰 주식에 투자했다는 걸 보면 적어도 대우 주식에 투자해 수천만원은 벌었다는 얘기겠죠.

아무튼 ‘양 조절이 안되는’ 와이프가 신촌하숙을 담보로 은행에서 빌린 5000만원까지 성동일씨가 시티폰 주식투자로 날린 금액은 1억원에 달합니다. 역시 레버리지(차입) 투자는 위험하다는 교훈을 안겨줬네요.

재밌는 건 성동일씨가 투자를 했을 당시엔 시티폰 주식이 아직 주식시장에 상장되기 전이었다는 겁니다. 스토리 전개 상 성동일씨의 시티폰 투자 사실이 알려진 건 1997년 3월이고, 투자실패로 폐인이 된건 그해 11월입니다.

당시 시티폰 사업자로 선정된 업체는 한국통신(지금의 KT) 서울이동통신 나래이동통신 등입니다. 이 중 서울이동통신은 1998년 9월에, 한국통신은 1998년 12월에 증시에 상장됐습니다. 나래이동통신은 1998년말 상장을 추진하긴 했지만 실제 상장이 됐었는지는 기록을 찾을 수가 없네요.

아, 시티폰 단말기를 만들던 텔슨전자와 텔슨정보통신도 있었다고 합니다. 텔슨정보통신에 투자했다 거액을 날렸다는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1999년 통신주 열풍으로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재미를 봤지만 2000년 들어 폭락하면서 엄청 깨졌었다”고 귀띔했습니다.

결국 성동일씨가 투자했던 시티폰 주식은 아직 상장 전인 장외주식이거나 가상의 회사였던 셈이죠. 장외에서 거래되던 이동통신주들의 주가가 급등했던 것도 드라마 설정보다 한참 뒤인 1998년의 일이라고 합니다.

상장됐던 기업들은 어떻게 됐냐구요? KT로 이름을 바꾼 한국통신은 1999년말 17만9000원까지 치솟았다 고꾸라진 뒤 지금은 3만2000원대에 거래되고 있죠. 서울이동통신은 상장이 유지되고 있긴 하지만 바이오업체인 이노셀(지금의 녹십자셀)이 우회상장하면서 역사속으로 사라졌습니다. 텔슨은 2005년 부실을 이유료 결국 상장폐지됐구요.

제작진도 기억을 더듬고 자료를 뒤져 어렵게 만들어낸 에피소드일 텐데, 딴지를 거는 건 절대 아닙니다. 그냥 호기심에 찾아본 결과가 재밌어 독자 여러분들께도 알려드리는 겁니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니까요. 그나저나 성동일씨는 그 뒤로 주식투자를 끊었을까요? (끝)

오늘의 신문 - 2024.05.1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