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신헌 롯데백화점 사장이 기자들과 만났습니다. 그 자리에서 한 기자가 신 사장이 말띠라는 사실을 떠올렸습니다. 신 사장은 1954년 갑오년생입니다. 내년이 또 갑오년(甲午年)이니 환갑을 맞게 되는 것이죠.
신 사장이 말띠라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그의 나이가 환갑이라는 점은 조금 놀라웠습니다. 그의 평소 옷차림은 60대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죠. 신 사장은 이날도 넥타이를 매지 않은 편안한 비즈니스 캐주얼 차림으로 나타났습니다. 청바지를 입고 출근하는 날도 있습니다. 지난 7월 열린 협력회사 초청 간담회 때는 아예 드레스 코드를 데님(청바지)으로 정했습니다.
패션감각이 남다른 최고경영자(CEO) 탓에 롯데백화점 임직원들은 스트레스를 받기도 합니다. 신 사장은 임원들에게 정장 대신 비즈니스 캐주얼을 입을 것을 권하고 무채색 계열의 단조로운 옷차림을 한 직원에게는 ‘옷 좀 잘 입으라’고 타박을 줄 때도 있습니다.
신 사장이 패션감각을 강조하는 것은 단순히 젊어 보이거나 멋있어 보이기 위해서는 아닙니다. 최근 국내 남성의류 시장은 캐주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남성의류 매출은 정체돼 있지만 캐주얼 의류 시장은 매년 커지고 있죠. 시장 변화에 대응하려면 백화점 직원 스스로의 옷차림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 신 사장의 생각입니다. 신 사장의 세련된 옷차림은 시장 변화를 주도하기 위한 경영 전략이기도 한 것입니다.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