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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불황을 모른다는 대학가상권 두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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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동 유통전문기자) 일반적으로 대학가는 방학때가 비수기입니다. 때문에 방학이 되면 대학가 앞의 가게들은 평소보다 매출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필자가 아는 지인 K씨도 대학가 정문 앞의 좋은 입지에서 장사를 했는데, 방학 비수기때의 매출 급락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그 지인은 8월에 66㎡(약 20평)짜리 중식당을 개업, 겨울방학이 오기 전까지 60만~70만원을 꾸준히 올려 한달에 300만원 정도 순익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12월 중순 일제히 방학에 돌입하고 기숙사에서 짐들이 빠지면서 한달 매출이 1000만원 이하로 뚝 떨어졌습니다. 이후 2월 말까지 하루 매출 20만~30만원 상황이 지속돼 매달 200만원 이상 적자를 보는 상황으로 돌변했습니다. 장사에 경험이 없던 초보자 K씨는 이런 상황을 이기지 못하고 3월 들어 권리금 한푼도 안 받고 가게를 넘겼습니다.

그러나 대학가 상권이라고 해서 방학 때 파리를 날리는 곳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서울 건대 앞 상권이나 홍대 앞 상권은 방학과 관계없이 호황을 누리는 곳입니다. 이 곳은 해당지역 대학생 뿐만 아니라 멀리서 찾아오는 대학생이나 직장인들까지 광범위한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지요.

필자가 누차 강조한 대로 건대앞 상권은 이른바 ‘저수지상권’이어서 인접한 다른 상권으로 고객이 빠져나갈 여지가 없는 황금상권이란 점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최근 나이스평가정보와 프랜차이즈산업연구원이 이들 상권의 업종별 매출상황을 분석한 자료가 나와 눈길을 끄는군요.

건대입구역 상권은 지하철 2호선과 7호선이 만나는 ‘더블 역세권’입니다. 멀리서도 유동인구를 끌어들일 수 있는 여건이 좋다는 뜻입니다. 주변에는 2008년부터 스타시티와 같은 초대형 주상복합 건물과 오피스텔들이 잇따라 들어서 배후 소비층이 점점 두터워지고 있습니다.

고객층이 다양해지면 업종도 다양해지게 마련입니다. 대표적인 외식업종들의 매출상황(작년 8월과 올 8월을 비교)을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치킨업종은 점포 수가 12개에서 14개로 늘어났고, 점포당 월 평균매출은 1억7534만원에서 1억5653만원으로 10.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커피전문점은 점포 수가 31개에서 29개로 줄었고, 점포당 월평균 매출은 5504억원에서 5981만원으로 늘었습니다.

점포수와 매출액 증감이 반비례한다는 사실이 뚜렷이 드러나지요. 반면 일반 한식점은 점포 수가 80개에서 98개로 전년대비 22.5% 늘었는데도, 점포당 월평균 매출이 3429만원에서 3481만원으로 1.5% 증가한 걸로 나왔습니다. 이런 결과에 비추어 보면 건대입구역 상권에 들어가려는 신규 창업자들은 한식 업종을 우선적으로 고려해봐야 한다는 것을 시사해줍니다.

홍대입구역 상권에서도 같은 기간 업종별 상황이 비슷하게 나타납니다. 치킨업종은 점포 수가 21개에서 18개로 줄면서 점포당 월 평균매출이 1억3743만원에서 1억4780만원으로 7.5% 늘었습니다. 커피전문점도 153개에서 137개로 줄면서 점포당 월 평균매출이 4429만원에서 5016만원으로 13.3% 늘었습니다. 일반 한식점은 점포수가 209개에서 284개로 35%나 늘었는데도 점포당 월 평균매출이 3030만원에서 3209만원으로 5.9% 증가했습니다.

이런 결과에 비추어 서울에서 대표적인 대학가 상권 두 곳은 매우 닮은 꼴임을 알 수 있습니다. 업종별로는 치킨과 커피점이 포화점에 도달한 상태이고, 보쌈·족발과 같은 한식점은 시장진입의 여지가 큰 상권이란 결론을 내릴 수 있겠습니다. /cd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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