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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진 회장이 BW 발행 이사회에서 찬성 못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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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형 증권부 기자) 지난 19일 오후 4시 인천 송도에 위치한 셀트리온 본사 회장실에서 셀트리온제약 이사회가 열렸습니다. 셀트리온제약이 최대주주인 셀트리온을 대상으로 6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하는 것을 승인하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서정진 회장은 이사회 의장으로서 참석 이사들에게 BW 발행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심의를 요청했습니다. 이날 이사회에는 서 회장을 비롯해 김형기 셀트리온 수석부사장, 김행옥 사외이사, 김경엽 사외이사 등 4명이 참석했습니다. 장동우 IMM인베스트먼트 대표를 제외하고 총 5명 중에 4명이 참석한 것이죠.

이사회 안건은 이미 공시 발표가 나왔듯이 참석 이사들의 찬성에 따라 승인됐습니다. 그런데 눈여겨볼 점이 있습니다. 셀트리온제약의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서 회장을 제외한 모든 참석 이사가 찬성했다고 돼 있습니다.

서 회장은 이사들의 찬성을 요청했지만 정작 자신은 찬성 표를 던지지 않았다는 것이죠. 이를 두고 시장 일각에서는 앞뒤가 맞지 않는 석연치 않은 일이 아니냐는 말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알고보니 이는 고의성이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서 회장은 찬성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못한 것이었습니다. 상법에서 특별한 이해관계자가 있는 자는 이사회에서 가결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거래는 상법 제398조 ‘이사 등과 회사 간의 거래’ 조항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두 회사의 이사를 겸직하고 있거나 일정 지분 이상을 보유해 지배하고 있을 경우엔 이사회 승인 전에 충분히 거래의 당위성을 설명해 부적절한 내부거래를 감시하는 예방 조항입니다.

서 회장도 상법 제398조 조항에 따라 BW 발행 필요성을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이 조항만 봐서는 서 회장이 이사회에서 찬반 의사를 내지 않은 것은 모두 설명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상법 368조(주주총회 결의방법)과 상법 391조(이사회 결의방법)를 종합하면 서 회장이 찬성하지 못한 이유가 나옵니다. 상법 368조 4항에선 총회의 결의에 관하여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자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상법 391조에선 이사회 결의도 368조 4항을 준용한다고 명시해놓고 있습니다.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서 회장이 셀트리온제약 이사회에서 찬성 의결을 하지 못한 이유가 여기 담겨있죠.

셀트리온제약은 이사회 결의에 따라 600억원 규모 BW 발행을 즉각 단행했고 20일 시장에 발표했습니다. 셀트리온제약 최대주주가 당초 셀트리온홀딩스에서 셀트리온으로 바뀐 지 8개월 만에 추가로 자금을 지원한 것입니다. 셀트리온은 서 회장이 4월 공매도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경영권 매각을 발표한 직후 사전 준비 차원에서 셀트리온제약을 전격 인수했습니다.

이번에 셀트리온이 셀트리온제약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추가로 자금 600억원은 8개월 전 경영권 인수자금(447만주, 498억원)보다 많습니다. 당초 셀트리온제약은 사모펀드(PEF)를 대상으로 BW를 발행하는 방안을 추진했다가 여의치 않자 셀트리온을 대상으로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셀트리온 매각 추진이 잠잠한 상황에서 셀트리온제약에 추가 자금 투입이 이뤄지자 시장에선 경영권 매각 관련 의견이 분분합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셀트리온 매각을 위해 사전 재무구조 작업으로 보는 의견이 있는 반면 셀트리온 매각이 예상과 달리 더디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란 해석도 적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0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