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이 지난 지금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본격화는 주식이 아닌 채권의 관점에서 이 말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들고 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각국의 무제한 돈 풀기 정책은 그동안 부실 기업들조차 저리(低利) 자금조달을 가능케 만들었으니까요. 채권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시장 금리가 하락한 덕에 사두기만 하면 돈을 버는 ‘채권시장 거품’이 커진 결과입니다.
그런데 수영장 물이 다시 빠지면서 이런 기업들은 더 이상 버티기 어렵게 됐습니다. 채권에서 손실이 나기 시작하자 투자자들이 기업들의 민낯을 더 꼼꼼히 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다수의 회사채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일부 대기업들이 대대적인 재무구조 개선 계획을 내놓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고 말합니다. 위기가 한창일 때 빚을 크게 늘리며 버텨왔지만 역설적으로 경기가 회복되려니 자금줄이 막혀버렸다는 해석입니다. 결국 빚 잔치를 벌이는 동안 숨겨뒀던 유동성 위기를 고백하고 시장 설득하기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된 것이죠. 동부와 두산그룹 일부 계열사들, 대한항공,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문제는 수영장 물이 이제 막 빠지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최근에는 위기 때 자금조달에 큰 문제가 없었던 ‘A+’ 신용등급 회사채조차 자금조달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우량 회사채와의 평균금리 격차는 금융위기 이후 최대폭을 연일 경신 중입니다. 물이 빠지면서 더 많은 기업들이 발가벗겨질 것이란 시장 우려가 상당히 높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