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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1주년...야권 '아름답지 못한 단일화'에 대한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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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후 정치부 기자)

1년 전 오늘은 18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 날.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쯤엔 한창 선거가 진행되고 있을 때네요. 투표율이 시간대별로 쑥쑥 올라갔던 게 기억나요. 작년엔 여당을 맡아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를 취재하고 있을 때였는데 지금은 야당을 담당하고 있어요.

야당의 입장에선, 작년 대선에서 아쉬운 게 두 가지였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나는 국정원과 군사이버사령부 등 국가기관의 정치 및 선거개입을 막지 못했던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간 단일화가 생각만큼 아름답게 이뤄지지 못했다는 거예요.

첫번째 건은 현재 검찰이 수사중이고, 민주당이 특검 요구를 당론으로 밀어부치고 있는 상황이니 따로 언급하진 않을게요. 대선을 1년 맞은 상황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한 아쉬움에 대해 짧게 적어볼까해요. 이와 관련한 비화(秘話)가 얼마전 문재인 의원이 출간한 ‘1219 끝이 시작이다’에 담겨 있어서 이를 소개해드리려고요.

문 의원은 책에 <실기(失期)에 대한 아쉬움>이란 단락을 넣어 안 의원과의 단일화 과정에 대해 적었어요. “단일화 과정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경쟁에 의한 단일화를 이루지 못한 것”이라고 시작해요. 그러면서 “여론 조사 방법에 관한 협상이 결렬됐을 때 제가 양보해서라도 합의를 이끌어 내서 ‘아름다운 단일화’를 만들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소회해요.

‘아름다운 단일화’는 왜 못 됐을까요. 문 의원은 “우리는 협상 마감시한을 24일(작년 11월24일을 말해요) 정오로 생각했던 반면, 안 후보 측에서는 23일까지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라고 이유를 책에 적었어요.

다시 1년 하고도 한달 전으로 돌아가보면, 18대 대선 후보 등록 마감일은 11월26일로 돼 있었어요. 이후에 단일화를 해도 상관은 없지만, 그렇게 되면 대선 투표지가 인쇄에 들어가기 때문에 문제가 생겨요. 박근혜 당시 후보 캠프 측에선 이를 문제 삼아 공세를 벌이기도 했으니 야권은 후보 등록일 전에 단일화를 하는 게 여러모로 나았어요.

그래서 23일 양 후보의 특사들이 회담을 가져요. 단일화는 하는 건데, 여론조사 방식의 문제가 있어서 그걸 협상하는 자리였어요. 그 협상은 결렬이 돼요. 양측이 양보를 하지 않았고, 그래서 특사들은 회담이 끝나고 “이제 후보들의 최종 결정만 남았다”고 기자들에 알렸어요.

문 후보 측은 23일 밤이나 24일 오전에 안 후보에 만날 것을 제안하려고 캠프 회의에 들어가요. “후보 등록 마감이 26일이었기 때문에 늦어도 24일 정오까지만 합의가 이뤄지면, 바로 오후부터 여론조사를 실시해 26일 오후에 결과를 내고 후보 등록을 할 수 있습니다.”라고 책에 기술돼 있거든요.

그런데 안 후보 측은 그 사이 기자회견을 예고했어요. 문 후보 측은 당시엔 “마지막 회동을 앞두고 뭔가 제안을 하거나 촉구하는 내용을 밝힐 것으로 예상”했었다네요. 그런데 그게 안 후보의 후보직 사퇴 기자회견이었요. 이를 사전에 문 후보 측은 알지 못했다고 해요. 그러면서 “회동이나 하다못해 전화 통화라도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고 문 의원은 저서에 적었어요. “23일의 특사회담에서 합의에 실패했으니 더 이상 여지가 없다고 본 듯 합니다.”라고도 책엔 쓰여 있어요.

한편 이날 안철수 의원도 대선 당시 발언을 했는데요, 부산 광장호텔에서 열린 새정치추진위원회 설명회 자리였어요. 안 의원은 문 의원에 야권단일후보 자리를 양보한 데 대해 “저 나름대로는 솔로몬 재판에서 생모의 심정이었다. 그래서 내려놨다”고 말했어요.

그러면서 “제 평생 결단 중에 제일 힘들었던 결단이, 가장 마음을 먹고 했던 결단이 대선후보사퇴였다”고 했어요. 안 의원이 대선 후보 사퇴 이후 심경을 드러낸 건 오늘이 처음이라네요.

오늘의 신문 - 2024.04.26(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