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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질그릇에 앞다퉈 거액 베팅한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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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영 정치부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8일 열린 새누리당 자선바자 행사에 도자기 한 점을 내놓았다. 박 대통령이 서울 삼성동 자택에 살 때 사용했던 손때 묻은 질그릇이란 게 청와대측 설명이다.

이날 바자행사는 여당내 실세 등 다수 의원이 질그릇 구매 경쟁에 가세하면서 후끈 달아올랐다. 물론, 이 같은 경쟁의 배경은 질그릇에 대한 물욕(物慾)이 아니라 박심(朴心)을 향한 구애 성격이 강하다는 게 주변 해석이다. 질그릇에 구입에 수백만원을 쾌척하겠다는 참여 인사들의 면면은 흥미롭다. 이들은 모두 과거 박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모두 9명이 입찰에 참가했는데, 이 중에 새누리당 소속 의원이 4명이나 된다. 바로 김무성, 남경필, 이병석, 홍지만 의원 등이다. 이들 4명 의원과 박 대통령 사이에는 어떤 인연이 있을까?

김무성 의원과 박 대통령의 인연은 친박(친박근혜계)과 탈박(친박계를 떠남), 복박(친박계로 돌아옴) 등 그의 이름 앞에 붙은 여러 수식어만 봐도 충분히 설명이 될 듯.

남경필 의원도 김 의원 못지 않은 인연을 갖고 있다. 박 대통령이 ‘유력 정치인’이 된 계기는 2004년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옛 이름) 대표 당선인데, 당시 박 대통령을 지지했던 인사 중 한 명이 바로 남 의원이다. 박 대통령은 당 대표가 된 직후 남 의원에게 당 대표 비서실장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는데, 남 의원이 ‘3선 의원이 비서실장 하는 경우가 없다’고 거절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진영 의원이 어떻냐’고 추천했다고 한다.

남 의원과 박 대통령의 관계를 갈라놓은 결정적 이슈는 지난 대선 때 논란이 됐던 정수장학회 문제다. 당시 당 일부 의원들은 박 대통령이 정수장학회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고, 박 대통령은 사석에서 ‘당 대표와 뜻이 다른 얘기가 자꾸 나가서 되겠나’라며 불쾌해 했다고 전해진다. 마침 그 자리에 있던 남 의원은 “앞으로 이런 목소리가 많을 것”이라고 직언했고, 이후 두 사람의 거리는 멀어졌다고 한다. 마침 국가보안법 등에 대해서도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입장을 보였다. 이후 박 대통령과 남 의원이 정치적으로 같은 목소리를 낸 적은 거의 없다. 오히려 남 의원이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입장을 가진 적이 많았다.

이병석 의원도 박 대통령과 반대편에 서 있을 때가 더 많았다. 2007년 대선·경선 당시 친이(친이명박)계로 분류됐던 것.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포항이 이 의원의 지역구이니, 친이계 중에서도 핵심 친이계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의원은 이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에도 친박계와 각을 세운 적이 많았는데, 특히 세종시 수정안 논란이 대표적인 예다. 이 의원은 당시 세종시 수정안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주장했고, 널리 알려졌듯이 박 대통령을 비롯한 친박계는 세종시 원안을 고수했다.

이 의원과 친박계의 관계가 그나마 가까워진 것은 그가 19대 국회부의장 출마를 선언하면서다. 당시 친박계 정갑윤 의원도 국회부의장직을 원했는데, 결국 이 의원이 당선됐다. 새누리당의 주류인 친박계 일부도 이 의원을 지지했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홍지만 의원. 그는 친박계 때문에 뼈아픈 패배를 경험한 적이 있다. 홍 의원은 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 후보(대구 달서갑)로 공천을 받았다. 그런데 공천 결과에 반발한 친박계 인사들이 만든 정당 ‘친박연대’의 박종근 후보가 그 지역에 출마를 한 것. 18대 총선에서 예상밖으로 ‘친박연대 돌풍’이 불었고, 결국 홍 의원은 낙선했다. 그로부터 4년 뒤, 홍 의원은 친박계가 주류로 떠오른 새누리당의 후보로 공천을 받고, 국회 입성에도 성공했다. 지금은 ‘친박계 초선의원’이자 친박계 일색인 원내지도부의 대변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이날 박 대통령의 도자기 입찰에 300만원을 선뜻 써낸 것은 ‘완전 전향‘의 의사표현으로 해석된다.

결국 400만원을 써낸 김 무성 의원이 이날 도자기의 주인이 됐다. 참고로, 100만원에서 시작된 이 도자기 경매 입찰에 나선 이병석 의원은 200만원, 남 의원은 250만원을 써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1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