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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투자증권 임직원은 새 주인 누굴 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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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직원은 KB증권, IB직원은 파인스트리트 선호 엇갈려

(조진형 증권부 기자) “어디에서 인수하는 게 최상일까요?"

요즘 우리투자증권 소속 임직원들을 만날 때마다 묻는 인사말입니다. 다들 아다시피 우리투자증권은 매각 작업이 한창 진행 중입니다. 16일 매각 본입찰을 마감하면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도전장을 낸 곳은 예상대로 KB금융지주와 농협금융지주, 파인스트리트그룹 3곳입니다.

우리투자증권의 상당수 영업직원들은 내심 KB금융지주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KB금융 계열 KB투자증권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이죠. 농협금융 계열 NH농협증권의 임직원은 9월말 기준 900명에 달하는 반면 KB투자증권은 450명 수준입니다. KB투자증권의 영업지점은 11곳으로 NH농협증권(31곳)의 30% 수준입니다. 기업 문화로 보더라도 농협금융보단 아무래도 KB금융이 더 ‘선진금융’ 이미지가 있지 않겠냐는 의견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농협금융을 응원하는 영업직원들도 적지 않습니다. 농협금융이 아무래도 구조조정에 관대하지 않겠냐는 역발상(?)입니다. 농협금융은 또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하더라도 최소 3년 간은 NH농협증권과 합병하지 않고 분리 경영 체제로 간다는 메시지가 전해진 점도 농협금융을 선호하는 이유입니다. 이런 연유로 내심 농협금융을 응원하는 임원들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경영권이 바뀌면 임원들은 언제 옷을 벗어야할지 모르는 ‘임시직원’이라서 나오는 얘기들입니다.

우리투자증권 노동조합이 대놓고 ‘디스’하고 있지만 투자회사 파인스트리트그룹을 응원하고 있는 임직원도 적지 않습니다. 우리투자증권의 기업금융(IB)본부 임직원 상당수는 파인스트리트그룹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KB금융이나 농협금융이 인수하면 국내 1위인 우리투자증권의 IB 경쟁력이 훼손될 것이란 우려합니다. 우리금융지주 체제에서 힘겹게 증권회사 IB 독립성과 맨파워를 키워왔는데 또 다른 은행 금융지주로 편입될 경우 옆동네 지주 계열 경쟁 증권사처럼 IB 경쟁력이 쇠락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파인스트리트를 이끄는 조건호 회장이 IB 분야에 조예가 깊은 인물이라는 점도 이들을 끌리게 만드나 봅니다. 리만브라더스 부회장과 유명 헤지펀드 밀레니엄파트너스 아시아 대표를 지낸 조 회장은 우리투자증권 IB 사업 부문을 동북아 최고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경쟁 증권사들은 농협금융이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농협금융이 인수하면 우리투자증권의 경쟁력이 가장 약해질 것이란 근거 없는 우스갯소리입니다. 이런 말은 한때 증권가에서 그럴싸하게 포장돼 메신저로 돌기도 했습니다. 물론 NH농협증권 관계자들은 분을 삭히지 못했죠.

이제 승자 발표가 얼마 안남았습니다. 본입찰에서 파인스트리트와 농협금융의 ‘박빙’ 승부로 알려지면서 임직원들은 손에 땀을 쥐면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겠네요. 파인스트리트그룹이 가장 높은 가격을 써냈지만 농협금융지주와 가격 차가 크지 않아 비가격 요소를 감안하면 이를 뒤집을 가능성도 있다고 합니다.

결론은 빠르면 이번 주 후반에 나올 예정입니다. 결과에 따라 우리투자증권 임직원 일부는 웃고, 일부는 실망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누가 인수하더라도 국내 금융투자업계 대표 선수인 우리투자증권의 경쟁력이 훼손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우리투자증권 임직원 상당수는 8년 전 새주인을 맞은 기억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LG투자증권이 우리증권과 합병해 우리투자증권이 출범한 것이 2005년 일입니다. 우리투자증권 임직원들은 새 주인을 맞아 과거 LG투자증권 시절보다 회사 자기자본과 이익 규모를 2배 이상 키웠습니다.
/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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