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6일 삼성전자가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개최한 ‘애널리스트데이’ 행사장 주변에선 ‘What the’로 시작하는 문장을 내뱉은 외국인들이 종종 목격됐다고 합니다.
‘애널리스트데이’는 쉽게 말해 삼성전자 임원들이 국내외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를 초청해서 회사 경영 현황과 중장기 성장전략 등을 설명하는 행사입니다. 2005년 이후 8년 만에 열린 행사이고,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 등이 총출동해 나름대로 삼성전자에선 ‘성의’를 보인 행사인데, 왜 욕설 비슷한 영어단어가 자주 들렸을까요?
외국인들이 삼성전자의 배당 규모에 실망해서랍니다. 삼성전자는 당시 “시가배당률의 1% 수준을 배당하겠다”고 했는데, 외국인들은 ‘뒤통수를 맞았다’고 생각했다네요. 삼성전자가 8년 만에 애널리스트데이를 열자, 외국인들은 “적어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와 비슷한 2~3%대 시가배당률로 배당하겠다”는 내용의 발표를 내심 기대했었다고 합니다. 스마트폰 사업부의 성장세가 예전같지 않은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배당’이란 선물 보따리를 투자자들에게 풀어 투자자들을 달랠 것이라 생각했던거죠. ‘시가배당률 1% 배당’이라는 말이 나오자 장내는 일순간 술렁였다고 합니다.
참가자들의 궁금증은 “남는 돈으로 뭐할 건데?”였다네요. 삼성전자가 이날 제시한 답은 ‘인수합병(M&A)’입니다. 이 답에도 외국인들은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삼성전자는 제품을 만들어 파는 것은 ‘글로벌 탑(top)’ 수준인데 그간 보여준 M&A 능력은 별 볼일 없었다는 게 외국인들의 인식이랍니다.
한 외국계 증권사 직원이 해외 고객과 쉬는 시간에 한 이야기를 전해줬는데요, 그 해외고객은 “M&A? 삼성전자가 M&A 성공한 적이 있냐? 삼성전자라고 해서 비행기 타고 한국까지 왔는데, 다신 안 올 것 같다”고 했답니다.
애널리스트데이 효과는 있었을까요?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월7일부터 12월13일까지 외국인들은 삼성전자 주식 217억원 어치를 순매수했습니다. 코스닥 상장사도 아니고, 삼성전자의 위상을 감안할 때 사실상 ‘미지근한 반응’입니다. 주가는 11월6일 145만1000원에서 현재 139만원으로 떨어졌고요. 모르긴 몰라도 기자들이 내년에 삼성 애널리스트데이 기사를 또 쓰긴 쉽지 않을 듯 합니다.
여담인데, 또 화제가 된 것은 삼성전자 임원들의 영어 프레젠테이션 실력이었다고 합니다. 외국인들이 듣기에 ‘영어를 썩 잘하는 편’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긴 대본을 다 암기해서 당당하게 발표하는 ‘철저한 준비성’엔 깜짝 놀랐다고 하네요. 또 하나, 참가자들은 프레젠테이션 때 질의응답 시간이 부족했다고 전했습니다.
55분 발표후 질문 1~2개를 받았는데, 많은 참가자들은 “그나마 질의응답도 질문자와 삼성전자가 미리 입을 맞춘 것 같다”고 했습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