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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神)도 가고 싶어하는 직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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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심기 경제부 기자) ‘신(神)이 내린 직장, 신이 숨겨놓은 직장, 신도 가고 싶은 직장.’

정부가 11일 공기업 정상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공개한 공공기관들의 초특급 대우가 또 다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중 단연 관심이 집중되는 곳은 마사회입니다.

대학생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금융공기업을 능가하는 평균 연봉과 각종 복지 혜택이 공개되면서 ‘신(神)이 내린 직장(일반 공기업)’과 ‘신이 숨겨놓은 직장(금융공기업)’을 넘어 ‘신도 가고 싶어 하는 직장’으로 부상했습니다.

마사회 직원 1인당 올해 평균 연봉은 9453만원입니다. 올해 공기업 전체 평균 임금 7204만원보다 2200만원이나 많습니다. 한국거래소 등 주요 금융공기업 9곳의 평균 연봉 8930만원보다 500만원 가량 많습니다. 민간에서 최고 대우를 받는다는 삼성전자 8640만원보다도 800만원 가량을 더 받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임금 상승률입니다. 지난해 마사회의 1인당 평균 연봉은 8496만원. 1년만에 무려 11.2% 가 올랐습니다. 공기업의 전년대비 임금 인상률 2.1%의 5배가 넘습니다. 2010년 7829만원과 비교하면 3년만에 연봉이 1623만원, 20.7%가 올랐습니다.

신입사원 연봉을 볼까요. 마사회 입사 1년차 직원이 받는 연봉은 4470만원입니다. 지난해 2012년 3429만원에서 무려 28.5%나 올랐습니다다. 295개 공공기관을 통틀어 단연 1위입니다.

이것 뿐만 아닙니다. 지난해 마사회가 직원들에게 지급한 복리후생비는 88억3656만원입니다. 임직원 866명을 기준으로 1인당 1000만원이 넘습니다. 기념품 지급에 7억9220만원, 문화여가비로 7억851만원 등 항목도 다양합니다. 복리후생비를 포함하면 평균 연봉이 1억원을 훌쩍 넘습니다.

보이지 않는 혜택도 있습니다. 초ㆍ등ㆍ고등학교 자녀에 대한 수업료 일부를 지급하고 대학생 자녀에 대해서는 2년 거치 5년 상환 조건으로 등록금을 지원합니다. 이자는 받지 않습니다. 지난해 마사회는 학비보조를 신청한 직원 1인당 초등학생 187만원, 중학생 218만원, 고등학생 216만원, 대학생 353만원을 나눠줬습니다.

미취학 아동에 대해서는 보육료도 지원했는데 올해부터 폐지됐습니다. 왜냐구요? 영유아 보육법이 개정돼 국가가 가구당 평균 20만원의 양육수당을 직접 주면서 없어진 겁니다. 지난해에는 보육료 지원을 신청한 직원 1명당 평균 보육비 134만원, 어린이집ㆍ유치원비 173만원이 지출됐습니다.

게다가 업무상 사망, 부상 또는 질병으로 퇴직한 경우 특별 전형을 통해 해당직원의 자녀중 1명을 특별채용하는 인사규정도 있습니다.

물론 마사회는 부채가 많거나 만성적인 적자를 내는 공공기관은 아닙니다. 이익을 낸 만큼 직원들에게 합당한 대우를 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지난해 마사회가 낸 당기순익은 3209억원에 이릅니다. 올 상반기에도 1873억원의 이익을 냈습니다. 하지만 마사회 수익의 상당부분이 경마라는 정부가 허가한 독점적 사업에 의해 발생한 만큼 과도한 급여와 복지혜택은 국민정서상 받아들일 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정부도 이 점을 반영, 방만경영 개선 대상 공공기관으로 마사회 포함, 20곳을 타깃을 정해 관리하기로 했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구직자들이 삼성전자보다 공기업을 더 선호하는 것은 비정상적이고 경제나 사회 발전 측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같은 현상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이같은 의지가 과연 성과를 낼 수 있을까요? 최근 마사회장에는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이 취임했습니다. 대통령의 대표적 재계 인맥으로 꼽히는 인물입니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 당시 새누리당 캠프에서 정책위원을 맡기도 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방만경영을 바로잡지 못한 최고경영자(CEO)는 낙하산이라고 하더라도 임기를 보장하지 않고 해임을 건의하겠다며 결연한 의지를 보였습니다. 내년 이맘때쯤 정부의 의지가 관철될지, 공수표에 그칠지 지켜볼 일입니다.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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