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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계 트렌드도 SNS 흐름을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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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신 문화부 기자)

이야기의 힘.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이 꼽은 2013년 출판시장의 첫 번째 키워드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 출판시장을 주도한 건 조정래의 《정글만리》(해냄), 정유정의 《28》(은행나무), 무라카미 하루키의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민음사) 등 ‘소설’이었습니다. 세 작품은 각각 약 90만부, 20만부, 40만부 이상 팔린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한 소장이 이 같은 흐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주도권 변화로 설명한 게 재미 있습니다. 올 들어 SNS의 흐름이 트위터에서 페이스북으로 넘어왔고, 여기서 출판시장의 변화도 가늠해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좀 더 자세히 얘기해 볼까요.

지난해 출판시장은 에세이가 이끌었습니다.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쌤앤파커스),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쌤앤파커스), 이외수 작가의 《사랑외전》(해냄) 등이죠.

한 소장은 에세이의 스토리텔링 방식이 트위터와 닮았다고 말합니다. 140자 이내의 짧은 글로 전달하는 트위터 메시지가, 이야기보다는 감정을 건드려 승부하는 에세이와 비슷하다는 것이죠. 이외수 작가와 혜민 스님은 책 출간 전부터 트위터 스타이기도 했고요.

하지만 올해에는 트위터보다는 페이스북이 더 큰 인기를 끌었던 것 같습니다. 제 주변에도 트위터에서 페이스북으로 넘어 온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정치의 과잉과 그 중에 드러나는 자기만 옳다는 독선, 불특정다수에 공개돼 있는 특성에서 오는 피곤함과 위험성 등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삶이 전쟁인데, 또다른 전쟁터가 돼버린 트위터에서 피로를 느낀 것이지요.

어쨌든, 트위터가 ‘한 줄의 어록’이라면 페이스북은 짧더라도 기승전결을 갖춘 ‘이야기’의 형태입니다. 글자 수의 제한이 없고, 자신이 말하고 싶은 내용을 나름대로 얼개를 갖춰 전달하게 된다는 얘기죠.

‘소설의 귀환’이라고 설명할 수 있는 올해의 출판 흐름. ‘단문’에서 ‘이야기’로 변화한 SNS의 변화와 어쩌면 같은 맥락이 아닐까요. 어떻게 보면 알맹이 없는 말들이 늘어나는 세상에 피로를 느낀 사람들이 내실 있는 이야기를 갈구하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에세이도 좋지만, 문학담당 기자로서는 내년에도 깊이 있는 소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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