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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 모처럼 생기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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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기 정치부 기자) 최근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의 얼굴에 다시 생기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정국 정상화를 위한 여야 당 대표 및 원내대표 간 4자 회담이 지난 3일 극적으로 타결됐기 때문입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전 원내대표의 낯빛이 거의 흙빛이어서 당직자들과 출입기자들로부터 안쓰럽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전 원내대표가 정기국회 들어와 ‘24시간 원내투쟁’을 선언하면서 체력적으로 많이 지쳐 있던 데다 최근 당내에서 자신에 대한 ‘비토’ 움직임까지 일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후문입니다.

실제 이번 협상 타결 전 당내에서 그에 대한 원성이 자자했던 게 사실입니다. “전략적 실수가 한두 개가 아니었다”(충청권 당내 중진 A의원)는 평가 때문인데요. 대표적인 게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 과정입니다. 전 원내대표는 황 후보자와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등 3명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마친 후 승부수를 겁니다.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문 후보자가 사퇴하면 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처리해주겠다며 두 안건을 연계한 것입니다. 화력을 집중해 1명이라도 낙마시켜 보자는 뜻이었겠지만 법안이 아닌 인사 문제를 협상용 카드로 쓴 것은 부적절하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결국 여당인 새누리당은 유리한 여론을 등에 업고 감사원장 임명동의안 직권상정을 강행합니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하면 곧바로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기 때문에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크게 제한한 국회선진화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도 활용했습니다.

사정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전 원내대표는 동의안 처리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까지 신청했지만 강창희 의장이 “인사 문제는 필리버스터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거부해 스타일만 제대로 구긴 셈이 됐죠.

필리버스터 무산을 항의하기 위해 단상에서 의장석을 향해 소리치고, 투표가 진행 중일 때도 허리춤에 손을 얹은 채 의장석을 간절하게 쳐다본 것이 오랫동안 화면에 비췄습니다. 물론 강 의장은 애써 외면했네요.(사진참조)

강 의장이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시켰다며 민주당 차원의 강 의장 사퇴촉구 결의안까지 냈지만 이미 버스는 떠난 뒤였습니다.

앞서 자신의 상임위인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가 관할하는 한 대기업에 가족이 연루된 사안에 대한 부적절한 청탁까지 했다는 소문까지 더해져 전 원내대표가 더욱 곤경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4자회담 와중에서도 “반드시 특검을 관철해야 한다”는 당내 강경파와 “특검은 말도 꺼내지 말라”는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 사이에 끼여 스트레스로 밤잠까지 설쳤다고 하네요.

다행히 오랜 산고 끝에 나온 4자회담 합의에 대해 당 안팎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면서 전 원내대표도 자신감을 회복한 듯한 모습입니다. 정국은 정상화됐지만 예산안과 각종 법안에 대해 여야 간 입장 차가 워낙 크다 보니 전 원내대표의 표정이 또다시 어두워질 가능성이 높을 것 같네요.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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