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남 전 CIO의 ‘이름’만 믿고 삼성 펀드에 돈을 맡긴 다수의 투자자들입니다. 한 개인투자자는 “펀드매니저만 보고 목돈을 맡겼는데 이제 환매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볼멘소리를 내더군요.
최근 들어 현명한 투자자들은 펀드에 가입하기 전 펀드매니저가 누구인지 꼭 확인합니다. 펀드 수익률은 거의 전적으로 매니저의 실력에 좌우되니까요.
CIO와 같은 투자 책임자가 뚝심을 갖고 일관된 철학을 추구하면, 펀드 성과가 좋다는 점은 이미 입증됐습니다. 예컨대 요즘 ‘주가’를 올리고 있는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전무의 경우 한 운용사에서 가장 오래 일한 CIO입니다. 자신의 경력 24년 중 17년을 이 회사에서 일했다는군요. 별 일이 없다면 신영운용에서 퇴직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고준호 상무도 10년간 한 우물을 판 경우이죠.
가장 큰 관심은 ‘가치투자의 전도사’인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입니다. 올들어 자신이 책임 운용하는 펀드들이 거의 전부문에서 수익률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부사장의 임기가 ‘10년’이랍니다. 2006년 한국투자금융지주 산하 운용사로 합류한 직후 ‘10년 펀드’를 출시하면서 10년간은 이 펀드와 생사고락을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답니다. 사실상의 임기 만료까지 2년쯤 남은 것 같습니다.
따라서 수익률 1위 ‘한국밸류펀드’의 가장 큰 리스크는 이 부사장의 이직(移職)이란 말이 나옵니다. 한국밸류펀드가 기본적으로 ‘3년 폐쇄형’(3년간 환매가 불가능한 펀드)이란 점을 감안할 때 지금 이 펀드에 가입하는 사람은 이 부사장이 떠날 게 걱정될 수도 있겠군요.
이 부사장도 시장의 그런 우려를 아는 모양입니다. 얼마 전 만났더니 “내 이직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더라. 그래서 임기가 만료되면 바로 10년간 더 일하겠다는 계약서를 쓰든지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여의도가 어수선합니다만 실적이 좋으니 ‘행복한 고민’을 하더군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