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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통장을 '조자룡 헌 칼 쓰듯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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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건설부동산부 기자) 최근 서울 강남권 신규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치솟으면서 부동산 업계에서는 “청약통장을 조자룡이 헌 칼 쓰듯이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돌고 있습니다. 청약통장 수가 많아져 가치가 낮아진 데다 프리미엄(웃돈)이 붙을 곳을 중심으로 ‘단타’ 투자가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위례 송파 힐스테이트’가 468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1순위에서 7461명이 신청, 평균 15.9 대 1의 경쟁률을 보였습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공급한 서울 대치동 ‘래미안 대치 청실’도 129가구 모집에 3336명이 몰려 청약경쟁률이 평균 25.9대 1까지 치솟았습니다.

이처럼 관심 단지에 청약 경쟁률이 높게 나타나는 것은 청약 제도가 완화된 데다 일단 청약통장을 쓰고 보자는 심리도 적지 않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말 기준(금융결제원)으로 청약통장은 1618만여개입니다. 정태희 부동산써브 팀장은 “전 국민의 31% 가량이 청약통장을 보유한 셈”이라며 “청약통장의 희소성이 크게 감소하는 추세”라고 말했습니다.

청약 환경 변화도 청약통장 활용 빈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올 들어서는 민영주택에 대한 재당첨 제한이 폐지됐습니다. 이전에는 당첨된 뒤 일정기간(1~5년) 다른 분양주택에 당첨이 불가능했습니다. 게다가 민영주택 가점제 물량도 지난 5월말 이후 당초 75%에서 40%로 축소돼 상대적으로 가점제가 낮은 사람들의 당첨 확률이 높아졌습니다.

유주택자도 청약통장을 만들 수 있고 저층이 당첨돼 웃돈이 안 붙으면 계약하는 대신 청약 자격을 포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2년 뒤 다시 1순위 자격을 가지면 된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때문에 이동중개업자인 떳다방들도 편법을 동원해 청약통장을 이용하기 일쑤입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청약통장이 많아지면서 프리미엄을 쫓는 단타 수요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서울 강남권 주요 분양 단지의 청약경쟁이 치솟는 반면 외곽은 여전히 부진한 ‘청약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건설사들도 청약통장 활용을 적극 유도하고 있습니다. 한 건설사 마케팅 팀장은 “가수요자들이 붙어줘야 단지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진다”며 “청약경쟁률이 1순위에서 높게 나와야 실수요자들도 안심하고 계약을 한다”고 말합니다. /true@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5.21(화)